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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나오면 최재성도 명분”…재·보선, 여야 중진 복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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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중진들의 복귀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권토중래 또는 와신상담의 태세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출신의 최재성 전 의원이 그 중 하나다. 최 전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공천을 앞두고 현역 의원 ‘컷 오프’로 당이 혼란스러울 때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정당발전위원장이 됐지만 금배지를 달지 못해서 여의도에서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가 거론되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최재성 전 의원 [중앙포토]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가 거론되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최재성 전 의원 [중앙포토]

그런 최재성 전 의원은 서울 송파을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파을 출마를 고민 중”이라며 “단순히 출마 여부가 아니라 올해 말이 되면 임기의 3분의 1이 지나는 문재인 정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이 과감하게 출마 선언을 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20년 가까이 열정을 쏟았던 지역구(경기 남양주갑)를 떠나야 한다. 또한 송파을에는 지난해 10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송기호 변호사가 이미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게다가 친문재인계의 핵심으로 꼽혀서 주변의 시선을 더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지난 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의 입당식에서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의 입당식에서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그러나 송파을 지역구의 특성상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우선 여권에선 자유한국당이 송파을에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면 최 전 의원의 운신의 폭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에 전격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는 지난 16일 송파을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 한국당에선 배 전 아나운서가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송파을은 이번 재·보선에서 승패를 가르는 상징적인 곳”이라며 “배현진 아나운서가 아니라 만약홍준표 한국당 대표나 오세훈 전 시장 같은 야권의 거물이 나오면 최재성 전 의원이 출마를 할 명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홍준표 대표를 다룬 기사를 링크한 뒤 “제가 전에 권했듯 홍 대표가 ‘송파 출마한다’ 정도는 해야 (다른 인재가 한국당 입당을) 검토라도 한다. 이겼을 때 겸손하고 졌을 때 용감해야 한다”고 적었다. 대구 북을 조직위원장을 맡은 홍 대표에게 송파을 출마를 촉구한 셈이다.

최재성 전 의원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촉구하는 글을 썼다.

최재성 전 의원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촉구하는 글을 썼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2015년 5월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이완구 전 총리에게도 6월 13일이 정치적 분수령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족쇄를 푼 이 전 총리는 충남지사 선거나 충남 천안갑 보궐선거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내에선 “이 전 총리가 천안갑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의 맹주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사건으로 정치 무대에서 이탈하면서 이인제 전 의원과 이완구 전 총리가 각각 충남지사와 천안갑 선거에 출마하면 한국당이 충남에서 보수층을 결집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전략적 계산도 야권에서 하고 있다. 실제 한국당은 충남지사 후보를 전략공천 대상으로 묶어 놓고 아직까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4일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치권에서 3개월은 긴 시간이다. 현재 출마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평소 좌우명대로 호시우행(虎視牛行ㆍ호랑이의 눈빛으로 보면서도 소처럼 우직하게 움직인다는 뜻)의 자세로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확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출마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 16일 출국한 이 전 총리는 당분간 장남이 있는 미국 코네티컷에 머물며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구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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