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때 국방부, 병력출동·무기사용 검토…사실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7년 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왼쪽)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을 장악한 계엄군(오른쪽). [중앙포토, 5·18 기념재단]]

2017년 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왼쪽)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을 장악한 계엄군(오른쪽). [중앙포토, 5·18 기념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방부가 국회 동의 없이도 특정 지역에 군 병력을 출동시키고, 무기 사용을 가능케 하는 조치를 검토했었다는 정황이 내부 문건으로 확인됐다.

20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내용이 담긴 자료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2월 당시 한민구 장관의 지시로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란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위수령은 군부대가 일정 지역의 치안 유지 등을 위해 계속 주둔하면서 그 지역의 경비, 군대의 질서 및 군기 감시와 시설물을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위수령이 위헌이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위수령은 군의 병기 사용, 민간인 체포 등 국민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기본권 제한을 위한 법률유보 원칙에 반해 근거 법률을 두고 있지 않아 위헌이라는 견해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국방부가 작성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 [JTBC 뉴스 캡처]

지난해 2월 국방부가 작성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 [JTBC 뉴스 캡처]

아울러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비상계엄·위수령·부대직제령 등 더 많은 선택지가 언급돼 있었다고도 했다.

국방부는 문건에서 "위수령에 의한 병력 출동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나, 병력출동에 관해 능동적으로 협의 요청은 할 수 있다"며 "위수령상 근거가 없더라도 자위권 행사나 현행범 체포 등 경우에는 비례의 원칙 및 최소 침해성에 입각한 소극적 무기사용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군이 무기를 쓸 수 있는 구체적 상황을 거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문건에는 광역단체장의 병력 출동 요청을 가정해 "법적 여건이 보장된 하에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지난해 2월 국방부가 작성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 [JTBC 뉴스 캡처]

지난해 2월 국방부가 작성한 '위수령에 대한 이해',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 [JTBC 뉴스 캡처]

당시 문건 작성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 의원실에 위수령과 무기사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단순한 개념 정리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 두 문건의 작성 시기가 지난해 2월인 것을 꼬집으며 "촛불집회가 열리던 당시 국방부가 병력 동원 검토를 했다는 것을 선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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