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미투 합류...교수가 "허벅지 내줘야 인생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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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미술대학 내 교수 성폭력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페이지 '미술대학 내 교수 성폭력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페이스북 캡처]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성희롱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교수는 20일 예정된 강의를 취소했다.

교수가 종아리 등 만지며 작업 이야기 #지인과 술자리에서 "너희도 이 분께 허벅지 내어드려야 인생 알아"

19일 오후 페이스북 페이지 '미술대학 내 교수 성폭력 대나무숲'에는 한 게시자가 'E여자대학' 대학원 재학 시절 학과 MT에서 A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글쓴이는 "A교수가 제 옆에 앉아 제 종아리를 주물럭거리며 만졌다"며 "제 귀에 자신의 코와 입술이 닿게 입김을 불어 넣으며 제 (미술)작업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불쾌했지만 대화 내용이 제 작업에 대한 것이어서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싫음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고, 과 MT의 즐거운 분위기를 깰까 두려워 아무 말도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글에 따르면 A교수는 유명 작가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술자리에 학생들을 부르기도 했다. 글쓴이는 "(교수의 지인인) 배ㅇㅇ 작가는 함께 있었던 제 선배의 온몸을 다 만졌다"며 "그(A교수)는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제자가 심각한 추행을 당하는 것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그는 이어 K교수가 “너희도 배ㅇㅇ 선생님께 허벅지 좀 내어드려야 인생의 의미를 알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그는 A교수가 수업시간에 성차별, 성희롱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A교수는 수업시간에 '유명한 큐레이터 좀 꼬셔서 좋은 데서 전시도 하고 그래. 내가 여자라면 진짜 성공할 자신 있는데 너희는 왜 그걸 못하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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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같은 날 오전 이 페이지에는 A교수의 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를 A교수가 묵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소재 E여자 대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예술계 인사인 A교수 지인이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엉덩이를 주물렀다"며 "제가 이 일을 언급했을 때 A교수는 성추행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 여성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이런 일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폭로가 이어지자 이화여자대학교 조소전공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비대위는 "연속적인 폭로로 이화여대 조소전공 역시 최근 불거진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며 "사실 A교수의 성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A교수는 대학 부임 이래 자신의 권력을 빌미로 대학 MT, 전시 뒤풀이, 자신의 작업실, 서울 모처의 술집 등에서 제자들에게 성추행을 자행해왔다"며 "작가와 큐레이터 등을 소개시켜준다는 핑계로 건전하지 못한 자리를 만들고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을 접대할 것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가운데 성추행 문제는 공공연하게 발생했다"며 "항의하는 학생이 나오면 여성 작가라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 심지어는 성공에 더 유리한 것이라고 가르쳐다"고 비판했다. 이 성명에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졸업생 29명이 이름을 올렸다.

A교수는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강의를 휴강하고 "수업 교수 건강상 문제로 휴강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 측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한 뒤 적법한 학교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baek.mi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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