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의 새 장 여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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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은 시가지 한복판에서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소요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유럽등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매일 TV를 통해 학생들과 경찰간의 치열한 공방전을 보는 유럽인이라면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이런 도시에서 과연 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질수 있을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작 서울에 와보면 이는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할뿐 오히려 세계 어느도시 못지않은 번화한 시가지, 거대한 시설및 범국민적인 지원아래 진행되고 있는 서울올림픽 준비작업에 감탄과 놀라움을 금할수 없는 이미지 반전(반전)현실을 체험하게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세계, 특히 유럽을 비롯한 서구사회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내가 체험한것 이상의 이미지 쇼크를 경험하게 될것이며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것이다.
2년전 서울올림픽 리허설격인 아시안게임 취재차 한국을 첫 방문한 이래 금년6월 3번째 한국을 방문, 88올림픽을 취재하면서 내가 느낀 가장 특징적인 것은 역대 어느 대회와도 비교할수 없는 완벽한 시설과 한국민의 놀라운 의식발전이다.
서울올림픽 시설은 대부분의 시설이 새로 건설되어 기존건물을 활용한 LA·모스크바 대회보다 질(질)적으로 우수한것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경기장이 잠실주경기장 지역과 올림픽공원 두군데로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선수촌·기자촌에서 5∼10분 거리에 경기장이 위치한 올림픽은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으며 이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에게 여간 편리한게 아니다.
또 시설못지않게 감동을 준것은 서울올림픽에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는 한국국민들의 뜨거운 애정과 최근 몇년사이 급속도로 변모하는 한국국민의 의식변화다.
내가 한국을 첫 방문한 아시안게임때만 하더라도 한국의 정치상황등 여러면에서 어쩐지 부자유스럽고 껄끄러운 감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엄청난 정치변혁을 슬기롭게 극복했고 올림픽을 치르는 88년에는 2년전과는 비교할수 없는 민주주의를 쟁취한 한국민의 의식수준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
이같은 정치발전이 반드시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졌다고는 볼수 없겠지만 이는 올림픽을 통해 한국이 얻는 경제적·외교적 이익 못지않은 중요한 소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많은 관계자들이 서울올림픽이 안고 있는 문제로 언어서비스와 교통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한국국민의 높은 의식수준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해결되리라 믿고 있다.
특히 하루아침에 외국어서비스를 개선할수는 없겠으나 중요한것은 기본적으로 친절한 태도인만큼 별문제가 없을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한국내에서 남북한 공동개최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서울올림픽이 남북통일의 실마리가 됐으면하는 한국민의 바람은 십분 이해할수 있지만 올림픽이 성공리에 개최되는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울올림픽을 불과 1백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남북한 공동개최가 이뤄질 경우 과연 성공리에 대회를 치를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회의적이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 순조롭게 잘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사마란치」IOC위원장이 내게 수차례에걸쳐 한말이있다.
『대회때마다 이대회가 사상 최고라는 의례적인 표현을 했지만 정말 서울올림픽이야말로 사상최고의 대회가 될것이다.』
서울올림픽은 모든 면에서 올림픽사(사)에 새로운 장을 열것이 틀림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필자소개>
필자는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제1유력지 엘 페리오디코지의 스포츠국장으로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각종 대규모국제스포츠대회를 취재한 스포츠 전문기자다. 86아시안게임때 한국을 첫 방문한 이래 3차례에 걸쳐 서울올림픽준비상황을 특별취재했으며 이번에는 「사마란치」IOC위원장을 수행, 내한했다.
서울올림픽이 여러가지점에서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안겨줄것이라고 말하는「킴·레가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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