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MB에 건넨 22억 출처는 성동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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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77) 전 대통령 측에 건넨 돈의 출처가 성동조선해양인 사실을 확인했다. 성동조선해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위기를 맞아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법정관리 중이다.

5억원은 김윤옥 여사에 전달 #성동조선은 2008년 금융위기로 #자본잠식 상태, 법정관리 중 #MB 측, "성동조선 돈은 모르는 일"

16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따르면 2007~2011년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과 함께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22억5000만원은 대부분 성동조선해양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는 이 전 대통령 사위 이상주(48)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71) 여사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오른쪽) 전 대통령과 그의 맏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중앙포토]

이명박(오른쪽) 전 대통령과 그의 맏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중앙포토]

검찰은 지난달 이 전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SD(이상득 전 의원) 8억원, 이상주 14억5000만원’이라고 적힌 메모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이 전 회장의 진술과 증거 등을 토대로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등 인사청탁 대가로 이 돈을 건넨 것으로 판단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이 전 회장이 건넨 돈이 경영위기 상태였던 성동조선해양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국민 혈세가 투입된 기업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03년 설립된 성동조선해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이 악화돼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9조6000억원을 수혈받았지만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앙포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앙포토]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상주 전무는 김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적이 없고, 이 전 대통령도 금품 수수는 모르는 일이라고 검찰 조사에서 밝혔다”고 반박했다.

김 여사는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김희중(50)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통해 국가정보원 득수활동비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을 받은 의혹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 이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북 공작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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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용처와 상관없이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상납받은 혐의는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와 불법 자금 수수 혐의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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