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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둘레 재며 주물럭" 스쿨미투 단골 '신체검사' 지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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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신체검사는 상의를 모두 탈의한 채 실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포토]

과거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신체검사는 상의를 모두 탈의한 채 실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포토]

“가슴둘레를 재면서 ‘아직 덜 컸네’ 하고 주물럭거렸죠.”

“면티를 입고 있었는데 맨살에 재야 한다면서 다 벗겼어요.”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면서 학창시절 겪은 신체검사가 단골 소재로 떠올랐다. 피해자들은 남자 교사가 신체 사이즈를 재는 과정에서 몸을 더듬거나 일부러 옷을 벗기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털어놨다.

"신체검사 가슴 만지며 '아직 덜 컸네' 말해" #과거 학교신체검사 '스쿨미투' 폭로 잇따라 #남교사가 여학생 신체검사 하는 일 비일비재 #2006년부터 체격·체력검사, 건강검진 분화 #건강검진은 학교 아닌 병원서 3년마다 실시 #교육부 "지금은 성추행 가능성 전혀 없어"

 페이스북 ‘스쿨미투’ 페이지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올린 한 40대 여성은 1986년 신체검사 때 겪은 일을 공개했다. 6학년 신체검사 때 남자 담임교사가 자신과 친구들의 가슴둘레를 재면서 ‘00이는 아직 가슴이 덜 컸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가슴이 많이 나오고 이미 브래지어를 한 친구들도 있었다”며 “장학사·교장까지 하고 퇴임했다고 들었는데 참 나쁜 XX"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에 올라온 사연. 과거 신체검사 때 당한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에 올라온 사연. 과거 신체검사 때 당한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페이스북]

 또 다른 여성도 신체검사 때 직접 목격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 여성에 따르면 6학년 신체검사 때 남자 교사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러닝셔츠만 남기고 모두 탈의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러닝셔츠 대신 면으로 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러자 교사는 맨살에 재야 한다며 옷을 모두 벗기고 반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나가게 했다. 이 여성은 “교실로 돌아오자 그 친구는 펑펑 울고 있었다”며 “가슴둘레를 재는데 왜 옷을 벗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신체검사에서 키와 몸무게를 재고 있는 남자 중학생들. [중앙포토]

학교 신체검사에서 키와 몸무게를 재고 있는 남자 중학생들. [중앙포토]

 지난 5일 대전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미투’ 간담회에서도 신체검사 때 벌어진 성추행 사실이 공개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여성은 “가슴둘레를 재는데 윗옷을 벗게 한 후 뒤에서 껴안았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동창 카페에서 이 사실을 고발했지만, ‘선생님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하는 반응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의 학교 신체검사는 상의를 벗기거나 성별이 다른 교사가 주관하는 등 성추행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신체검사는 2006년 폐지됐기 때문이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새로운 신체검사 방식이 시행되면서 성추행 소지가 없어지고 학생의 건강을 더욱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의 신체검사는 ‘학교보건법 7조’에 따라 1951년부터 실시돼 왔다. 2005년까지는 학교에서 모든 검사를 도맡았다. 그러나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는 교육부령인 학교신체검사 규칙을 학교건강검사 규칙으로 개정해 기존의 신체검사를 세 종류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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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장'에서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고 있는 남자 중학생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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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는 신체의 발달 상황을 체크하는 체격 검사다. 키와 몸무게, 가슴둘레 등을 재는데 특이점은 이때부터 앉은키 검사가 빠졌다. 둘째는 신체 능력을 측정하는 체력 검사로 윗몸 일으키기, 달리기 등 체력을 측정한다. 과거 ‘체력장(體力章)’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셋째는 학생의 건강 상황을 살펴보는 건강검진으로 2006년 이후로는 학교가 아닌 병원에서 검사하고 있다. 검진료는 나라에서 부담하고 학생은 검진 결과를 학교에 제출하면 된다. 체격·체력 검사는 매년 학교에서 실시하고, 건강검진은 초등학교 1·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3년마다 한 번씩 실행한다.

'체력장'에서 오래 매달리기를 하고 있는 여자 고등학생.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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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 장학관을 지낸 안재홍 서울 태릉고 교장은 “과거처럼 남자 교사가 여학생의 신체를 재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요즘엔 체격 검사 때 몸무게 같은 조사 내용이 친구들에게조차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측정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조명연 과장은 “옷을 탈의하거나 신체에 손이 닿을 수 있는 검사는 모두 병원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학교 검사가 문제 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청소년들의 체격(2016년 조사)은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커졌다. 초등학생(6학년)의 경우 2006년과 비교해 남학생은 키(2.1cm)와 몸무게(3.5kg) 모두 증가했다. 여학생(키 1.3cm, 몸무게 1.8kg)도 마찬가지다. 반면 고3은 10년 사이 키는 줄고 몸무게는 늘었다. 남학생의 키는 0.5cm 감소하고 몸무게는 1.8kg 증가했다. 여학생은 키가 0.2cm 감소하고 몸무게는 1.8kg 증가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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