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 박사학위 동시에 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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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이 1만1149명 줄었다. 2003년까지 증가세였던 신입생 정원은 2004년에 2815명, 2005년에 5982명씩 각각 줄더니 올해 이 같이 큰 폭으로 줄었다.

대학들의 특성화 사업에 의한 구조개혁이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각 대학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학과)는 지원을 강화하고 그렇지 못한 분야는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등 특성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자유롭게 학과를 신설.폐지 할 수 있다. 이번 정원 감소는 누리사업(지방대 역량강화 사업),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 등 대학 특성화에 따른 긍정적인 현상이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을 통한 대학들의 특성화 사업은 대학마다 크고 작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경상대는 지난해 미국 퍼듀대 원예조경학과와 복수박사학위제 협정을 했다. 퍼듀대는 식물생명과학 분야로 미국에서도 이름난 학교다.

학교 관계자는 "국내 대학이 외국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는 것은 대부분 학사학위다. 외국 유명 대학과 복수박사학위제를 성사시킨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다"고 말했다.

협정 내용이 놀랍다. 박사학위를 따는 데 필요한 이수학점(60학점) 중 20학점 이상만 퍼듀대에서 이수하면 된다. 학교 관계자는 "우리대학의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퍼튜대 지도교수 실험실에서 1년 내외의 수업과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심사를 통과하면 양국의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은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머물고 있는 학교 한 쪽에만 내면 된다. 보통 3~5년 정도 걸리는 외국대학 박사 과정을 1년 정도로 줄인 셈이다.

대학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식물생명과학분야를 특성화하고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연구논문과 졸업생 수준이 높다는 것을 퍼튜대도 인정해 복수박사학위제 협정이 성사 됐다"고 말했다. 이 대학이 최근 5년간 배출한 40명의 박사 중 30여명이 하버드.스텐포드.MIT 등 유명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 대학 학부출신 대학원 토종박사 2명이 위스콘신대와 스탠포드대에 각각 조교수로 임용돼 갔다.

학교 관계자는 "단과대학 11개 중 5개가 식물생명과학 분야와 관련이 있다. 교수 742명 중 400여 명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를 산업 단지로 만든 학교도 있다.

계명대 캠퍼스에는 1만6000여 평 규모의 문화산업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모바일.게임.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관련 61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이들 입주 회사들이 낸 매출액이 870억 원에 이른다.

정부가 지난 2003년에 이 대학을 문화산업클러스터로 지정한 후 시각디자인과.공예디자인과.애니메이션과.뮤직프로덕션과 등 관련 학과를 집중 육성하고 산학협력을 이끌어낸 결과다. 학교 관계자는 "출판.음악.게임.모바일 등 문화콘텐츠 산업 규모가 내년에 1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하드웨어 산업과 문화콘텐츠 산업을 3대7의 비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동북아시아의 허브대학이 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교육.연구.산학협력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최근 산학연계 통합형 교과과정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마쳤다. 대구한의대.계명문화대 등과 협력을 맺었다. ㈜조이천사.㈜인포시티 등 22개 콘텐츠 기업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은 현장 밀착형 교육을 받고 있다. 기업들과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학문과 산업이 따로 가지 않는다. 다른 대학의 시설.장비 등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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