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평생을 피아노 선율에 싣는다|김원복교수 8순 기념연주…13일 호암아트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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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 피아노음악계의「대모」인 김원복씨(서울대음대 명예교수)의 음악인생 80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6월13일 오후7시30분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연주자들의 조노현상이 일반화돼 있는 한국음악계최초로 80세에 이르도록 무대에 서는 김교수의 이번 연주회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노익장의 연주회다.
50세쯤으로나 보이는 김교수는 젊음과 건강을 지켜온 비결을 『전신운동이 되는 피아노연습(매일 3∼5시간)과 5분 가량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 맨손체조, 손가락운동을 위해 손수하는 빨래, 그리고 원래 목적지보다 미리 차에서 내려 10분 가량 더 걷기』라며 웃는다.
한국가곡 『봉선화』의 작사자이자 한국초창기 서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김형준씨의 맏딸로 태어나 9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일본 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1930년에 바이올리니스트인 남편 홍성유씨(작고·홍난파의 조카)와 데뷔연주회를 가진 이래 지금까지 2백회가 넘는 연주회를 가졌다.
그동안「슈만」의 『피아노협주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등을 한국 초연했으며 1920∼1950년대의 각종 연주회에 두루 참여하는등 정열적인 연주활동을 기록했다. 1954년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피선됐고(현재 원로회원) 1984년에는 제1회 채동선 음악상을 수상했다.
해방 전에는 이화여전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다 해방후 서울대 음대 교수로 부임해 지금까지 백낙호 서울대 음대학장을 비롯, 정은모(한양대)·이명학·이성균·이강숙·김정규(이상서울대)교수, 뉴잉글랜드 음악원 피아노과장 변화경교수등 손꼽을만한 중견음악가만도 1백50여명을 길러냈다.
오는 7월25일의 80회 생일을 앞두고 김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꾸미는 팔순기념연주회에서 이종숙씨(바이얼린)와 함께 「베토벤」의 『바이얼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윤용석(바순)· 임현식(클라리넷)씨와 「글린카」의 『트리오 파테티크』를 직접 연주할 예정. 또 오는11월에는 정은모 교수와 함께 듀오콘서트를 열 계획이어서 그의 노익장연주활동은 더욱 큰 기대와 관심을 모은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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