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업체 맞소 ? 영화·IT·물류 사업 팔걷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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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계열의 액화석유가스(LPG) 업체 E1은 컨테이너 물류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인천에 컨테이너 부두와 보관 시설을 올 여름께 착공할 계획이다. 한때 LPG 저장기지로 쓰다가 기지를 옮기며 놀려뒀던 3만평 부지를 활용한 것이다. 이 회사는 육상 컨테이너 운송 사업도 검토한다. 도시가스 공급이 본업인 대성그룹은 이달 초 촬영을 시작한 뉴질랜드 영화 '블랙 쉽'(Black Sheep.검은 양.사진(左))에 약 10억원을 투자했다. 대가로 중국.일본 등지의 영화.DVD.비디오 사업권을 얻었다.

가스 업체들이 본업과는 영 딴판의 일들을 하고 있다. 도시가스.LPG 공급 이외에 엔터테인먼트.물류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안정적이긴 하지만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업종 특성 때문이다. 대성그룹의 황희수 팀장은 "도시가스는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가 이젠 들어설 만큼 들어선 데다 가스 값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조정해 가스 요금만으론 매출이 크게 늘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LPG 업체 사정도 비슷하다. 용기가스를 배달받아 쓰는 가구는 점점 줄어든다. 택시 수요가 늘지 않는 가운데 경유 승용차가 나오면서 LPG 승용.승합차 판매도 주춤하다.

다각화는 대성그룹이 비교적 먼저 시작했다. 2003년 말부터 자회사인 바이넥스트창업투자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해 왔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그랑프리)을 받은 '올드보이'를 비롯해 국내 히트작'웰컴 투 동막골''말아톤',그리고 뮤지컬'지킬 앤 하이드'등에 손을 댔다. 해외 투자는 '블랙 쉽'이 처음이다.

대성그룹은 국내 휴대전화 게임 업체를 발굴해 미국 등지에 게임을 수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포털 코리아닷컴을 인수하는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뛰어들 태세다.

도시가스 그룹인 삼천리는 문화.정보기술(IT) 사업에 진출할 생각으로 인수.합병(M&A) 대상업체를 찾고 있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2005년 1조5500억원 그룹 매출을 2010년 3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며 "1조원 가량은 가스 공급 이외의 부분에서 얻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스 업계는 해외 자원개발 같은 연관 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E1은 천연가스전에서 나오는 액체에서 LPG를 뽑아내는 기술을 확보했다. 천연가스전을 가진 인도네시아 회사와 공동 사업을 논의 중이다. 그동안 LPG 국내 수요의 45% 가량은 수입했지만 해외에서 직접 생산해 가져와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SK가스도 24일 주주총회에서 원유.천연가스.광물을 포함한 자원 개발 사업을 할 수 있게 정관을 고쳤다.

도시가스와 LPG=도시가스는 가스전에서 바로 캐낸 천연가스다. 반면 LPG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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