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은행에 "최흥식 원장 채용 비리 증거 밝혀라"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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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5년 전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일자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관련 증거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금감원은 11일 “최 원장 대학 동기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 조작이나 채용 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나은행에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한 언론은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일 때 대학 동기로부터 자기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그의 이름을 건넸으며, 하나은행 안팎에선 최 원장 동기의 아들이 합격선에 미달했는데도 점수 조작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감원은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10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안내 자료’에서 “(최근 은행권의 채용실태 검사에서) 추천자 명단에 기재됐다는 사실만으로 추천 대상자를 모두 부정 채용으로 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은행 측에 이름을 전달한 것은 ‘내부 추천’일 뿐, 이를 ‘비리’로 규정하려면 점수 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구체적 불법 행위가 수반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은행 채용실태 검사에서 55명의 추천자 이름이 적힌 ‘VIP 리스트’를 찾아냈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로 점수 조작 등이 이뤄진 6명의 사례만 검찰에 통보했다.

하나은행은 과거 채용에서 그룹 임직원들로부터 ‘우수 인재’ 추천을 받았고, 이들은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최 원장이 친구 아들의 이름을 알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팩트 확인을 해 보려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다만 “채용 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서 자체 서버에 접속했을 때 자칫 증거 인멸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증거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인사 담당자들에게 물었더니, '(최 원장이) 지주 사장으로 추천한 사실이 있지만 합격 여부만 알려 달라는 취지였고 채용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점수 조작도 없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부터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앞선 2015~2017년 채용실태 검사 땐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됐다고 했지만, 이번에 그보다 이전인 2013년 채용 관련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왔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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