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의원직 사퇴' 민병두 인터뷰 "성추행 인정 않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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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10일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힌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10일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힌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의원직 사퇴 민병두 의원 “이게 내 명예회복하는 길”

10일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폭로가 제기되자 곧바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결정하는 게 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의원직 사퇴 이후 미투 운동이 더 제대로 자리를 잡고 본질을 찾아가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전화 인터뷰서 성추행 의혹 부인 #“미투 폭로 여성과 전화ㆍ문자 교류도 없었다” #“미투 운동 지지하지만 본질 찾아가는 방향 되길”

민 의원은 또 사퇴 결정과 관련해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구차하게 사실관계를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미투 폭로에 책임을 지는 의원이 나오는 게 당 입장에도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민 의원은 선거전을 접는 것은 물론이고 공직생활에서 모두 물러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은 이날 한 언론매체를 통해 2008년 5월 민 의원과 함께 노래주점에 갔다가 민 의원이 갑자기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폭로 후 곧바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배경은.
내가 살아온 인생의 원칙이다. 내 명예를 회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선배 국회의원들이 (사건이 터지면 국민이 준) 세비 갖고 자기 변호사비로 쓰는 게 안 좋아 보였다. 내가 조그만 흠결이라도 있으면 언제든지 의원직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래야 어디가서도, 누굴 만나더라도 내가 떳떳하다.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같은 전제 없이 물러나겠다고 했다.
사실관계 갖고 다투면 사람들이 누구 말을 들어주겠는가. 내 말을 들어주겠는가. 어쨌거나 노래방에 같이 갔다는 것만으로 일반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당 지도부와는 상의를 했나.
이런 일로 상의를 하는 것도 좀 그렇다. 구차해 보이지 않나.
입장 번복할 일은 없는가.
당연하다. 이미 의원직 사퇴 입장문을 발표했다. 내가 이렇게 결정하는 게 당을 위해서도 좋은 거라고 본다. 조그만 흠이라도 있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정치인이 나오는 게 당에도 더 좋은 것 아니겠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어떻게 되나.
2008년 당시는 돈 한 푼도 없었고, 걸어다닐 정도였다. 노래방 갈 돈도 없었다. 얼마 전 한 언론 매체가 전화해 2008년 노래주점 일을 묻길래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 후 성추행 주장을 한 여성에게 연락해 ‘당시 계산은 누가 했느냐’고 물어보니까 자기가 했다고 하더라.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
그 여성과 노래주점에 간 일은 있나.
주점이라고 하는데 주점 같지는 않다. 노래방이건 뭐건 여성과 둘이 갔다면 그 자체가 스스로 용납이 안 된다. 그 여성과는 최근 10년 동안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전혀 연락을 주고 받은 일이 없다.
서울시장 선거도 다 포기하는가.
물론이다. 입장문을 통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힌 거다.
당분간 어떻게 지낼 계획인가.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고 계획을 세웠겠는가. 의원직 사퇴서 국회의장실에 내고, 그 다음에는 나도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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