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약선] 인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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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학명(Panax ginseng)은 그리스어로 '모든 것을 낫게 한다'는 뜻이다. 요즘 유행어인 '다 죽여 버리겠다'의 반대어다. 건강 성분은 뿌리에 존재하는 진세노사이드(사포닌의 일종)다. 5년근 이상의 뿌리엔 이 성분이 1~2%가량 들어 있다.

인삼은 늘 피곤해하는 사람에게 흔히 권장된다. 인삼이 원기.활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인삼 칠효설(七效說)중 대중에게 가장 널리 인식된 효과다.

운동능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하루 2g 이상씩 8주 이상 인삼을 섭취하면 운동 기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외국에서 나왔다. 이 효과는 특히 평소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던 40대 이상에게서 두드러졌다.

인삼은 남성 성기능 장애 치료 보조제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예부터 인삼을 최음제로 써왔다. 발기부전 환자 90명에게 인삼(홍삼)을 3개월간(하루 1.8g씩) 먹여본 국내 연구에서 성교 횟수.조루 등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발기 강도, 음경 내 혈류 흐름, 성욕, 만족도는 호전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삼은 당뇨병 환자에게도 추천된다. 갈증.권태감.어깨 결림.가슴 답답함 등 환자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 개선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그리 신통하지 않다(경희대 강남한방병원 고창남 교수).

최근엔 항암 효과도 거론된다. 사포닌과 항산화 성분인 폴리 페놀이 들어 있어서다. 이 성분은 암세포의 증식을 막고, 암.노화의 원인인 유해 산소를 없애며,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 암환자가 인삼을 복용하면 방사선.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인삼은 식전에 먹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빈 속에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은 식후에 먹어도 상관 없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과는 잘 맞지 않는다. 피부 발진.두통.복통.설사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강남차병원 한방과 이동규 교수). 미국 인삼은 냉각.진정 등 음(陰)의 성질인데 반해 한국.중국 등 아시아의 인삼은 발열.흥분 등 양(陽)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도 삼가는 게 좋다. 인삼이 카페인.정신병 치료제.스테로이드제.혈압약.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등의 약효를 지나치게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나 혈압약을 인삼과 함께 먹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인삼은 닭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닭고기에 인삼을 넣으면 누린내도 사라진다. 그래서 삼계탕이 좋은 것이다. 해삼과도 잘 어울린다. 양삼탕( 불로 소양삼)은 인삼과 해삼을 함께 배합시킨 음식이다. 벌꿀과도 찰떡 궁합이어서 인삼을 꿀과 함께 먹으면 피로 회복에 그만이다. 오미자차와 함께 먹으면 인삼의 약효가 더 좋아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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