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소재 폭이 넓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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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TV드라마의 소재 폭이 넓어지고 있다. K-2TV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코너 등으로 코미디에서 정치풍자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데 이어 드라마들도 80년대 이후 현실의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M-TV의 드라마『인간시장』(김홍신원작·김종학연출).
지난 16일부터 방영되고있는 드라마 『인간시장』은 장총찬이라는 현대판 홍길동과도 같은 인물이 펼치는 모험을 다룬 작품인데 그 내용은 성지원사건, 박종철군사건, 상계동 철거민 문제등 제5공화국 시절의 실제상황들을 은유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특히 『인간시장』에는 빈민운동을 하는 천주교신부와 이를 감시하는 경찰의 이야기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어 시청자들로부터 TV드라마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실문제의 소재화는 K-1TV의 청소년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서 지난 25일의 내용중 대학생들이 학생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학우들을 위해 묵념을 하자는 대사나 M-TV의 『전원일기』『한 지붕 세 가족』등이 그때그때 시의성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서도 재확인된다.
이는 한마디로 제5공화국때 드라마 『제1공화국』이 여간첩으로 알려진 김수임을 너무 아름답게(?) 묘사했다고 해서 담당PD가 관계기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거나 역시 드라마 『전원일기』가 86년 배추파동을 다루다가 관계당국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전격적으로 방영이 취소됐던 것에 비추어 볼때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TV드라마의 소재가 자유로워졌다는 현상을 드러내고 있는 또 다른 예는 KBS·MBC 양TV의 올해 6·25특집극들.
현재 KBS는 『역사를 찾아서』(김성동원작) 『한씨연대기』(황석영원작) 『포구의 황혼』(이원규원작)등을, MBC는『그 겨울의 긴 계곡』(이활철원작)을 각각 제작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의 6·4를 보는 시각이 종래의 단순한 반공극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역사를 찾아서』의 경우는 지리산의 전설적인 여자빨치산 신성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며, 『황씨연대기』『그 겨울의 긴 계곡』등은 모두 남과 북의 이념에 희생된 인간들의 얘기를 밀도있게 다룬 것들. TV드라마들도 이제는 6.25를 반공이념의 시각이 아닌 분단극복의 논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K-1TV는 현재 빨치산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대하드라마 『지리산』(이병주원작)을 제작중이며, M-TV도 민중주의적인 역사해석을 가진 대하드라마『장길산』(황석영원작)의 제작을 서두르고 있어 국내TV드라마들이 서서히 소재 폭을 확장하고 있음을 드러내보이고 있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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