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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건강] '유방 전문의'들의 가슴 연 생생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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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유방은 무엇일까.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성적인 기호인가, 다산의 징표인가. 아니면 의류산업이나 포르노그래피 제작자들의 소재일 뿐인가. 여권의 신장과 함께 유방은 더이상 '남성 중심 문화'에 예속되지 않는다. 남성의 성적 욕구 대상도, 상업적인 소재도 아니다. 유방은 여성의 존재이며, 미학이며 건강의 상징이다. 신록이 가득한 18일 신라호텔 야외조각상 앞에서 여성 유방을 전문으로 하는 두 의사가 만났다. 유방암 전문의 유수영(54) 원장과 유방성형 전문의 이은정 (45)원장. 이들이 말하는 아름답고 건강한 유방이란 어떤 것일까.

정리=고종관 건강팀장<kojokw@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여성 유방의 역사는 길고도 험합니다. 번식력의 상징이었던 유방은 중세시대 욕망의 화신으로 종교적 탄압을 받기도 했고, 현대에 와서는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죠. 시대.문화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것은 왜 일까요?

유수영=유방은 여성의 것이면서도 한 번도 여성을 위해 존재하지 못했습니다. 남성 중심 문화 속에서 유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시대를 풍미했죠.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암으로 유방을 절제한 여성의 누드가 그려졌어요. 사진작가 헬라 해미드가 찍은 '전사'라는 작품에선 유방이 하나밖에 없는 여성이 가슴을 자랑스럽게 내보여 많은 여성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유방이 남성의 소유물에서 여성들 자신에게 돌아온 상징적인 사건이지요.

이은정=인류학자들은 여성의 유방이 성적 신호로 진화했다고 주장합니다. 네발 동물의 암컷은 엉덩이 피부의 색과 형태를 변화시켜 발정기임을 수컷에게 알리지요. 하지만 직립보행 하는 인간은 생식기가 안쪽으로 감춰져 유방으로 성적 신호를 보낸다는 겁니다. 수유기간이 지나면 쪼그라드는 동물과 달리 항상 크고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는 거지요.

유=역시 남성 중심의 이론입니다.(웃음) 여성이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이 끊임없이 여성의 유방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요.

이=성적인 욕구 이전에 어머니 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요. 남자들은 힘든 일이 있으면 아내나 애인의 가슴에 묻혀 위로받길 원해요. 인류를 키워온 것도 어머니의 유방 아닙니까.

여성마다 유방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겠습니다만 인종 차이도 있지요.

이=원반형.반구형.원추형.처진형 등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유방의 반지름보다 높이가 낮으면 원반형, 높이가 같으면 반구형입니다. 주로 동양인에 많습니다. 유방의 반지름보다 높이가 높은 원추형이나 처진형은 흑인과 백인 여성에게 많지요. 성형외과 관점에선 반구형 유방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유=고단백.고지방식을 하는 민족의 유방이 큽니다. 우리나라도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가슴도 커지는 추세예요. 우리나라 여성의 가슴은 반구형으로 가장 예쁜 형태인데 왜 확대수술을 많이 하나요.

이=아직 반구형보다 원반형이 훨씬 많지요. 봉긋 솟은 것이 아니라 납작한 그릇을 엎어놓은 모양이라 볼륨이 작아요. 브래지어 컵 사이즈로 얘기하면 A컵보다 작은 AA입니다.

큰 가슴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지 않습니까.

유=17세기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는 작고 봉긋한 가슴을 많이 묘사했습니다. 시대.인종에 따라 미의 기준이 다른 거지요. 한데 요즘은 유방은 크고, 섹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라는 영화산업과 섹스 상품화가 가져온 영향입니다.

이=그러다 보니 납작한 가슴을 가진 여성들은 자아존중감이 낮지요. 유방 성형만해도 10여년 전엔 보형물 사이즈가 125㏄면 크다고 꺼렸지만 차츰 225~250㏄로 바뀌었습니다. 최근엔 275~300㏄를 원하는 사람도 많아요.

유방 확대수술은 1년에 얼마나 이뤄지나요.

이=유방보형물 소비량으로 추정해 보면 미국에선 연 15만 건, 국내에선 5000건 정도가 시행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술이 간편해지고, 흉터가 보이지 않는 등 모양이 좋아 늘어나는 추세죠. 예컨대 겨드랑이 절개법 대신 요즘엔 유륜 둘레 또는 유두 주위를 조금 째고 보형물을 집어 넣는 수술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유=유방 성형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방 검진시에는 다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형물이 검사시 허옇게 나와 멍울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이=미국 식품의약청에서 금지한 실리콘백과 자가지방 이식을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도 문젭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생리식염수백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유방질환과 유방암도 많이 증가하고 있지요.

유=유방암이 여성의 악성 종양 1위(16.8%)를 차지할 정도예요. 국내 유방암 환자는 서구에 비해 발생 연령이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서구 여성들은 20.30대가 5%에 그치지만 한국은 전체 환자의 20%나 됩니다.

유방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뭔가요.

유=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의 과잉 분비와 관련이 있습니다. 임신.수유 기간에는 에스트로겐이 적게 분비되기 때문에 자녀가 많고 모유 수유를 오래 할 수록 유방암 발생률이 낮습니다. 또 육류 위주의 식생활과 지방 과다 섭취, 비만인구, 조기 폐경의 증가도 한몫을 합니다.

아름답고 건강한 유방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것은 모든 여성의 소망일 텐데….

이=유방은 지방과 유선 조직으로 구성됩니다. 나이가 들면 이 두 조직이 줄어들면서 탄력을 잃지요. 또 지나친 다이어트는 유방을 빈곤하게 만듭니다. 보정용 브래지어와 체조.운동은 유방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유=건강한 유방이 아름다운 유방입니다. 유방의 노화를 걱정하기 전에 유방암 같은 질환으로 유방을 절제하는 일이 없도록 정기 검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아름답고 건강한 유방 유지법

(1) 콩단백질.채소, 도정을 덜한 곡류로 식사를 하자.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하면 유방암 발병률이 두배 높아진다. 또 콩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빈은 유방암 발생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2) 규칙적으로 운동하자.

하루 45분 이상의 조깅과 수영, 근력강화 운동은 유방암 발병률을 낮춘다.

(3) 흡연.음주를 삼가자.

니코틴과 알코올은 유방암의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

(4) 자가검진을 생활화하자

유방암은 초기 발견하면 80~90% 완치한다. 매월 생리 2, 3일 뒤 여성 호르몬의 영향이 적고 유방이 가장 부드러울 때 확인한다.

(5) 올바른 속옷을 착용하자

브래지어를 24시간 착용하는 것은 유방, 특히 유두 건강에 좋지 않다. 집 또는 취침시엔 브래지어를 벗고 샤워 후엔 유두와 유방이 건조하지 않도록 보디로션을 바른다.

(6) 사이즈에 맞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자

작으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하지 않으면 처짐 현상이 온다. 밑가슴과 윗가슴 둘레에 맞는 사이즈를 택한다. 운동할 때는 편안한 스포츠 브라를 착용한다.

(7) 가슴을 아름답게 하는 체조를 하자

유방은 근육조직이 없지만 유방 바로 아래 위치한 대흉근을 발달시켜 유방을 지지해 준다.

(8) 유방을 커지게 한다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자

유방만을 선택적으로 키우거나 유방세포를 자극하는 상품은 모두 허구다. 옷맵시가 걱정된다면 기능성 브래지어가 더 낫다.

*** 유수영 미즈유클리닉 원장은(左)

.1981년 연세대 의대 여성외과전문의 1호

.1983~2003년 2월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1996년 유방암으로 전공 바꾼 뒤 1000여 건 유방암 수술 집도

.2003년 3월 개원

.대한유방암학회 정회원, 여성외과전문의협회장

.미국 슬로안케터링, 엠디앤더슨 암센터 등 연수

*** 이은정 이정성형외과 원장은(右)

.1992년 연세대 의대 성형외과 전문의

.1993년 개원

.1998년 시작한 유륜 둘레 절개 유방확대술 1000여건 시술

.2003년 유두 둘레 절개 유방확대술 국내 최초 개발

(미국 미용성형저널 2004년 3월호)

.현재 유방 전문 사이트 www.1004breast.com 운영

.연세대 의대 외래교수,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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