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동상이몽 … 대통령 “속도 내자” 여당 “4년 중임” 야당 “국회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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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관련해 청와대-여권-야권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청와대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서도 개헌에 대해 말이 서로 달랐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국회에서 (개헌 논의에) 속도가 안 나 답답하다. 속도를 좀 내 달라”고 말했다. ‘속도전’에 방점을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개헌은 일종의 국정 블랙홀과 같아 얼른 마무리 짓고 다른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기·권력형태·주체 … 강조점 달라

여당이 즉각 측면 지원에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를 가리키며 “두 분은 강한 지지 세력을 가진 지난 대선후보였고, (대선 당시) 국민께 개헌 날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자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은 당시 야당 후보의 제안을 수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정부 주도의 개헌 논의는 자칫 국민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며 “대통령께서 정부 주도의 개헌 논의를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개헌은 대의기구인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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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동상이몽은 각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7일 언론재단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개헌 관련 포럼에서 정치권은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원론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각을 세웠다.

민주당과 평화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하되 행정부의 권한을 국회와 지방으로 대폭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형식적 국가원수 역할만으로 한정시키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실질적 행정 수반 역할을 하는 것에 국민이 동의하겠느냐”며 “총리는 내치, 대통령은 외치를 담당한다고 하지만 FTA·사드 등 실제로는 내·외치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평화당 의원도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한다는 전제하에 4년 중임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통령 권한 축소를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당 비례대표인 김성태 의원은 “4년 중임제면 대통령제를 8년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 반지를 쌍반지로 만들자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도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거나 국회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또 장관도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임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권력 분산에 힘을 실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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