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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성동조선마저 법정관리 … 통영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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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성동조선 법정관리 결정이 발표된 8일 오후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성동조선 법정관리 결정이 발표된 8일 오후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장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경남 통영시 광도면 성동조선해양. 본관 건물 출입구가 모두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본관 앞 도로에는 지나다니는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장에도 직원들은 보이지 않고 크레인 등 각종 설비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을씨년스럽고 적막했다.

한 때 6개 조선소 1만8000명 근무 #하청업체들도 대부분 문 닫아 #북적이던 원룸촌은 빈방 천지 #정부, 통영·군산에 2400억 지원

길가에는 ‘성동조선의 청산은 지진보다 더 무섭다’, ‘성동조선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는 펼침막들이 찬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정문 앞에서 20여분을 기다려 만난 직원은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회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정관리가 회생으로 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청산으로 가기 위한 것인지 그 배경을 알 수 없어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직원들도 법정관리 때 임금이나 퇴직금에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은 통영에 남은 사실상 마지막 조선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저가 수주에 따른 일감부족으로 21세기조선·삼호조선·신아SB·가야중공업·SPP조선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지난해 2월까지 12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던 성동조선도 순차적으로 유급휴가에 들어가 현재는 200여명만이 남아 있다. 한때 50~60개에 달했던 사내협력사는 현재 2개(30여명)만 남았다.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 천경록 사무장은 “법정관리가 돼도 STX조선처럼 회생 쪽으로 가야한다. 청산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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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이 있는 통영 안정일반산업단지는 폐허를 방불케하는 분위기다. 공장과 도로에 사람과 차가 없어 텅 비다시피 했다. 인근 상가에는 문을 닫은 식당이 여럿이다. 부동산 경기도 썰렁하다. 20여개의 방이 있는 근처 원룸엔 현재 단 한 명의 세입자만 들어와 있다고 했다. 원룸 관계자는 “조선소가 호황이었던 예전에는 월 50만~60만을 해도 방이 없었는데 지금은 10만~20만에 방을 내놓아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통영 경제는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조선산업이 한창이던 2010년 무렵 통영 6개 중형조선소에는 1만80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했다. 지역 총생산(GRDP·3조4700여억원)의 절반(48%) 가량을 조선업이 창출했다. 그러나 조선 산업 불황으로 5개 업체가 문을 닫고 성동조선마저 위기를 겪으면서 조선업 관련 매출과 근로자가 급감했다. 통영 서호시장에서 만난 시민 박모(52)씨는 “통영에 있던 다른 조선소들이 대부분 법정관리 후 폐업했다”며 “성동조선의 법정관리도 그런 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통영시의회는 8일 ‘성동조선 법정관리가 웬 말이냐! 통영시민과 시의회는 회생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통영시의회 유정철 의장은 “통영시가 아파트 미분양 관리지역과 실업률 전국 2위 지역이 된 게 통영경제의 실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며 “통영에 유일하게 남은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정상화 되어야 이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성동조선 법정관리와 한국GM 공장 폐쇄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남 통영과 전북 군산 지역에 24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13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5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특별경영안정자금을 신규 편성한다. 지역신보 특례보증도 600억원 확대한다.

정책금융 대출은 1년간 만기 연장 및 원금상환 유예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대출에 대해서도 만기연장 협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체납처분 유예 등 비용부담도 완화해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등에 따른 지역 실업위험에 선제적 대비하기 위해 희망센터,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을 통한 재취업 및 심리상담 통합서비스를 확충한다. 내일배움카드 훈련비 자부담 비율을 최대 80%에서 최대 50%로 인하하고 경남 인력 잡매칭 뱅크 운영 및 전북 고용안정화 기업컨설팅 및 취업연계 등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통영=위성욱 기자, 세종=박진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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