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폭력 이대로 둘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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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직 날이 어두운 새벽녘 「공격」이 시작됐다.
25일오전5시10분, 서울 정능4동818 대진운수주차장.
부당해고자복직, 배차시간조정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던 이회사노조원·해고근로자 30여명이 느닷없이 들이닥친 가죽장갑낀 사내들의 주먹세례와 발길질에 이리몰리고 저리 쫓겼다. 노사분규의 현장에서 자주 발생되어온 폭력충돌.
『배차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여기서 개포동까지 정류장마다 들르면서 88분안에 달리라는 것은 무리죠. 점심먹을 시간도 없어요.』
지난해 2월10일 이회사소속 16번버스가 반포대교에서 한강고수부지로 추락, 29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가 빚어진 것도 무리한 배차시간때문이었다는 농성운전사들의 주장쯤은 이들의 폭력앞에 여지없이 짓밟혔다.
50여명의 「가죽장갑」들이 새벽 어스름을 타고 주차장을 덮친 그시간 현장에선 이지역담당형 사가 두눈을 뻔히 뜨고 상황을 지켜보았으나 사태를 막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1km가량 떨어진 파출소에도 신고했으나 출동할 기미조차 없더라는 피해운전사들의 나중 하소연.
마음껏 휘두른 가죽장갑의 주먹에 박모씨(34)는 턱뼈에 금이가고 김모씨(34)는 구사대원 1명이 「해산하지 않으면 깔아버리겠다」며 농성자들을 향해 마구 몰아댄 버스범퍼에 받혀 왼팔이 15cm나 찢기는등 모두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해고된 ×들이 노조대의원선출을 앞두고 방해공작 하는 겁니다. 노조주도권 다툼이죠.』
『구사대요? 요즘 세상에 말이나 됩니까.』『하루수입을 놓치게된 운전사들이 자발적으로 농성자들을 끌어냈겠지요.』『폭력이 웬말이냐』는 회사대표 나모씨(55)의 말.
「구타대」만 같은 노사분규현장의 공공연한 폭력범법사태는 과연 언제까지 방치될것인가.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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