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A사의 궁색한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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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3일 오후 서울 반포동에 사는 김만희씨는 미국으로 이민간지 10년만에 장가들러 돌아오는 사촌동생 김병만씨(29·뉴욕거주)를 맞으러 김포국제공항에 나갔다.
병만씨가 타고오는 비행기는 로스앤젤레스발 논스톱 노스웨스트023편. 김포도착시각은 오후 6시55분.
그러나 비행기 도착시각인 오후7시쯤 항공사측은 엉뚱한 안내방송을 했다.
『오후6시55분 김포도착 예정인 항공기가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했다』는 안내방송.
이어 항공사측은 구체적인 해명도 없이 「서울로 오는 승객은 오후10시30분도착예정인NWA011편에 옮겨 타고온다」는 안내문만을 달랑 내붙였다.
『일기가 고르지 못하면 아무리 김포행 논스톱편이라도 나리타 공항에 내릴 수밖에 없어요』『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엔진고장일 가능성도 있어요.』
항공사직원의 성의없는 해명은 출영객들의 가슴을 더욱 죄게 했다.
정작 NWA011편이 김포에 도작한 것은 당초예정시간보다 5시간 30분이 늦은 밤0시 25분.
『서울도착 승객은 마음대로 갈아태워도 되는 겁니까.』
거듭된 연착끝에 0시55분에야 출구를 빠져나왔으나 가족들을 찾지못해 발을 구르는 승객 한석범씨(25·유학생)의 볼멘 항변.
낮은 운임을 미끼로 승객을 끌어모으고 301조의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며 88올림픽을 앞두고 한국행운항의 증편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항공사들.
과거 「코리안 타임」이라 비웃었던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아메리칸 타임」을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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