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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직접 나선 영국 “의원직 박탈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투, 이제 시작이다 <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노동당은 당내 성폭력을 익명 신고하는 ‘레이버투(Labourtoo)’ 사이트를 통해 2개월간 43건이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레이버투’는 노동당(Labour)과 미투의 결합어로 영국에서 미투 이슈가 제기된 직후 여성 당원들이 주도해 개설했다. 레이버투 측은 현역 의원의 성희롱을 포함한 신고 내역을 보고서로 만들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지도부에 전달하면서 “완전히 독립적인” 조사 절차 개시를 요구했다.

미투 먼저 겪은 해외에선 #미, 의원·보좌관 전원 의무 성교육 #사회적 약자 법적 도움 주기 위해 #‘타임스 업’ 235억원 기금 모금

지난해 미투 회오리가 불어닥친 영미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내부적인 발본색원 및 초당적 자구책 마련이 한창이다. 특히 영국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난해 11월 존 버커우 하원 의장에게 불미스러운 성적 행동(sexual misconduct)과 관련한 의회 지침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공개된 실무그룹의 초안에 따르면 제재는 사과, 행동각서, 의무교육, 소환으로 이어지는 의회활동 정지, 해고, 의회 출입 박탈 등으로 다양하다.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의원 소환, 즉 의원직 박탈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서 미국 상·하원은 지난해 11월 535명 의원 전원과 보좌진에 대한 성희롱 방지교육 의무화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 직전에 하원에서 열린 ‘의회 내 성폭력 실태 관련 청문회’ 여파가 컸다. 당시 여성 의원들은 공화·민주당을 막론하고 남성 정치인들의 잘못된 성인식과 성추태가 심각하다고 개인 사례를 들어가며 지적했다. 의회 미투 파문은 민주당 연방 상원 의원 앨 프랭컨의 사임을 몰고 왔을 뿐만 아니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선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공화당 후보의 패배까지 이끌어 냈다.

일본 역시 정부 주도의 성폭력 근절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11년 정부가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직장 내 성폭력(セクハラ·세쿠하라)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세세한 기준을 마련하면서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으로 인한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연간 1만여 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받은 건수가 2009년 4건에 불과했지만 2013년 28건으로 급증했고 2016년엔 50건으로 확대됐다.

해외에선 성폭력 피해자에게 법적 도움을 주고 성폭력 감시·신고·예방을 조직화하려는 민간의 움직임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 영화배우·유력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 출범한 ‘타임스 업(Time’s Up)’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성폭력 방어에 취약한 직종, 즉 농장·공장·식당 등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지원에 나서기로 하고 이를 위해 2200만 달러(약 235억원) 상당의 기금을 모금 중이다. 영국에서도 지난달 ‘정의와 평등 기금(Justice and Equality Fund)’이 출범해 200만 파운드(약 30억원)의 목표액 가운데 160만 파운드를 이미 채웠다.

성추문 가해자들은 사회적 단죄를 받고 있다. 미투 캠페인의 시발점이 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은 회사에서 해고된 것은 물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자격도 박탈당했다. 그가 공동 창립했던 와인스타인컴퍼니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최근 자산 대부분을 투자그룹에 매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초 사내 성희롱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우버의 창립자 트래비스 캘러닉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놨다.

◆특별취재팀=이지영·강혜란·박형수·전민희 기자,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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