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은행장 인선도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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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된 비리, 금융기관 대출 알선 등 추가 범죄를 캐고 있다.

김씨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아서 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한 뒤 DJ정부의 각종 금융 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주요 금융기관 인사와 맺은 친분을 이용, 기업의 구조조정에 개입해 특정 업체에 특혜 매각을 주선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경제 고위관료와 금융계 임직원인 L, H, O, K씨 등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고 한다.

김씨는 이날 저녁 구속집행되면서 기자들에게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억울한 것이 왜 없겠느냐"고 말했다. 금융 당국 고위인사의 연루설에 대해선 "그런 것 없다"고 부인했다.

◆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검찰의 수사는 부실기업 인수 과정에서의 청탁 관련 비리와 금융기관 대출 과정의 비리 등 두 가지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김씨가 부실기업 인수를 도와주고 대출을 알선한 2001~2002년을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부실기업을 인수하려는 업체가 자금난을 겪을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족한 돈을 대출받도록 해준 뒤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된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대한생명 매각 등 과거 굵직한 인수합병 사례들도 검찰의 수사대상이다. 김씨는 "컨설팅에 대한 정당한 자문료"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은행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는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DJ정부 시절)고위 경제 관료 L씨에게 은행장 후보를 추천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9년 외환은행장과 조흥은행장 인선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씨는 "그런 일 없다. 99년 김씨가 아서 앤더슨 코리아에서 일할 때 조직 진단을 위해 두 번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며 "그해 외환은행장과 조흥은행장 인선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김씨에게 은행장 인선 관련 의견을 들은 일이 없고, 김씨가 은행장을 추천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 "구체적인 혐의 포착"=수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청탁 혐의가 포착됐다"며 "올 1월 김씨의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두 달여간의 내사과정에서 범죄혐의를 찾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김씨의 비리의혹을 추적해 왔다. 이 관계자는 "김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기업체 임직원에 대한 수사에서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현직 경제부처 고위인사들 본인과 주변 사람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T쇼핑몰 대출과 관련, 우리은행 측은 "T쇼핑몰에 325억원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대출했으며 현재 분양이 잘돼 100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담보력(451억원)도 충분하고 굉장히 우량한 자산이었다"고 밝혔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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