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스무돌 맞은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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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디자인이 설립 20년을 맞았다. 직원 2명으로 출발했던 작은 회사는 한국.미국.중국 등 3개국에 법인을 둔 글로벌 디자인 회사로 성장했다. 디자이너만 46명을 둔, 세계가 알아주는 기업이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디자인상(IDEA.iF.레드닷)을 모두 받았다. 삼성전자.LG전자.KTF.레인콤 등 한국 굴지의 회사들과 디자인 계약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영세(56) 대표는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고독했다"고 말했다.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죠. 처음에는 대답없는 메아리였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시간이 지나니까 반응이 옵디다." 김 대표는 기업주와 언론을 향해 "디자인이 제품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외쳤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찾는 것이 제품 개발의 시작이 돼야 한다'는 그의 지론을 처음엔 공감해 주는 이가 없어 외로웠다고 한다. 그는 "20년이 지나자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나타났다"며 미소지었다. 이노디자인에 '용기(容器)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한 벤처기업만 10여 군데에 이른다고 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그를 초빙해 '디자인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노디자인의 20년과 한국 디자인산업의 20년은 닮은꼴이다. 척박한 풍토에서 좌충우돌하다 이제 겨우 '소비자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디자인이죠."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노디자인도, 한국 디자인계도 이제 이륙 준비를 끝냈을 뿐이라고 했다. "앞으로 한국의 디자인산업은 무섭게 타오를 겁니다." 24일엔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논현동의 새 사옥 '엠포리아 빌딩'에서 창립 기념식을 연다.

이노디자인은 지난해 말 패션업체 EXR과 손잡고 '스니커스' 운동화를 디자인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국경이나 아이템에 관계없이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디자인의 시작은 사랑이죠."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임미진 기자

이노 디자인 20년

1986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이노디자인 설립.

91년 골프가방 '프로텍'으로 미국 우수산업디자인상(IDEA) 동상

93년 휴대용 가스버너 '랍스터'(동양매직 제품)로 IDEA 금상.

99년 한국법인 설립. 잠금식 지퍼 디자인으로 IDEA 은상.

2002년 프리즘을 닮은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iFP-100'(레인콤)을 디자인.

2005년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N10'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 디지털 카메라 겸용 MP3플레이어 'iFP 1000'으로 IDEA 은상. 태평양의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로 독일 iF 디자인상.

2006년 TCL사의 베론(Verone) 컴퓨터로 레드닷 디자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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