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전 시장, 러시아가 '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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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가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원자력 발전 시장 선점에 들어갔다.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약속받은 중국이 보답 차원에서 러시아 원자력 관련 기업들의 자국 진출을 돕기로 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21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15개 항목에 합의했다고 홍콩 문회보가 23일 보도했다.

◆ 원전시장에서 러시아 우대=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러시아가 적극 참여하기로 했으며 중국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의 원자력 기술을 중국 측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원자로수출공사(ASE)가 중국이 계획 중인 4기의 원자력 발전소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다. ASE는 러시아 원자력에너지청(AEA) 산하 원자력 발전소 전문 시공업체다. 광둥(廣東)성과 저장(浙江)성에 각각 건설될 원전은 공사비가 10억~2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입찰에는 애초 프랑스의 아레바와 일본에 매각된 영국의 웨스팅하우스 전력이 신청했으며, 올 12월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기술 이전 등의 문제로 입찰을 내년까지 미뤄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문회보 등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22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 기업의 참가 방침이 정해지면서 ASE가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상하이(上海) 북부에 있는 톈완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다. 중국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이 원전은 중국과 러시아 기술진이 합작으로 건설했다. 그곳에서 키리옌코 장관은 러시아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관련 기술의 추가 이전 등을 약속했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기술을 이전하고 대신 거대한 중국의 원전 건설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반면 아레바는 중국에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또 웨스팅하우스 발전부문은 2월 일본 기업인 도시바에 매각됐다는 이유로 중국 측이 꺼리는 분위기다.

◆ 매년 20억 달러 원전 시장=중국 정부는 대기오염을 막고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15년 동안 30~40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S)에 따르면 중국의 원전 건설 시장은 매년 20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추세는 향후 20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전력의 80% 이상을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자력의 비중은 1%에 못 미친다. 세계 각국의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6%다. 중국은 매년 1~2기의 원전을 세워 15년 안에 세계 평균치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전력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광둥성.저장성을 비롯한 동부 연안 지역에 원전을 집중 건설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은 저장성과 광둥성 두 곳의 발전소에 9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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