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테니스' 2000만원 대납한 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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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을 대신해 테니스장 사용료 2000만원을 납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테니스 동호회 총무 안모(49.여)씨는 이번 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23일 오후 열린우리당 '황제테니스 진상조사단'의 서울시체육회.서울시테니스협회 방문조사도 30여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2005년 이 시장의 테니스 예약을 도맡았던 시체육회 부회장 이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테니스협회 사무실은 아예 문이 잠겨 있다.

◆ 몸 숨기는 안씨와 이씨=안씨는 지난해 12월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한국체육진흥회의 사용료 독촉을 받자 은행에서 2000만원을 대출받아 지불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안씨는 일반인과 함께 운동한 데 대한 코치료를 받지 못할망정 테니스장 사용료를 지불한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20일 서울시를 통해 해명자료를 냈다. "보험설계사로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안씨는 21일부터 휴대전화도 꺼놓은 채 연락두절이다. 보험사에는 지난 주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주일간 쉬고 싶다. 전화통화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둔 상태다. 취재 결과 안씨는 23일 오전 1시까지도 귀가하지 않았다. 안씨의 가족마저 "연락이 안 돼 귀가 시간을 모른다"고 말했다.

시체육회 부회장 이씨 역시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22, 23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 여전히 아리송한 2000만원 출처=본인의 주장과 달리 안씨의 경제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인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35평형 아파트는 시가 1억8000만원 정도다. 그나마 이 집을 담보로 6000만원 정도를 대출받은 상태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경승용차를 갖고 있다. 다만 보험 실적이 상위권이어서 월수입이 500만~6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씨를 아는 테니스계 인사는 "경제적인 여유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유가 있더라도 2000만원을 기꺼이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가 자발적으로 돈을 내지 않았다면 누군가 사용료 납부를 종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안씨가 시체육회 부회장 이씨와 의논해 2000만원을 부담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동호회의 자체 결정이 아니라 서울시 측 인물인 이씨가 훈수를 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씨가 훈수를 넘어 안씨에게 2000만원 납부를 종용했다면 이 시장을 위한 '부적절한 충성'으로 볼 수 있다.

◆ 오락가락하는 선모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선씨는 20일 이 시장 외에 유력 인사들도 초청해 공짜 테니스를 치도록 했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이를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선씨는 1997년부터 시테니스협회장을 맡아 테니스계 안팎에 대해 누구보다 정통하다. 선씨는 안씨가 2000만원을 납부한 전후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신준봉.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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