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세금 물린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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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 량마차오루(亮馬橋路) 36번지. 한길 가에서 대형 공사가 한창이다. 캐나다계 국제학교 신축공사 현장이다. 23일 오전 11시30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근로자들이 일제히 밥그릇을 들고 식당 앞으로 몰려든다. 그릇 하나에 밥과 반찬을 모두 담아 공사장 아무 데나 주저앉아 먹기 시작한다. 수백 명이 하나같이 주머니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빼 사용한다. 쓰고난 나무젓가락은 당연히 쓰레기통 행이다.

중국의 어느 식당을 가도 일회용 나무젓가락이 등장한다. 이렇게 쓰고 버리는 젓가락이 연간 450억 개나 된다. 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매년 수백만 그루의 자작나무.대나무.포플러 나무가 잘려나간다. 자원 낭비와 함께 환경 파괴의 한 요인이다.

일회용 젓가락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때뿐이다. 지난해 말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쓰지 못하게 해주세요"라고 쓴 편지를 원자바오(溫家寶)총리에게 보냈다. 몇몇 대학 식당에는 "일회용 젓가락 대신 숟가락을 사용하자"는 방(枋)도 나붙었다.

결국 중국 정부가 나섰다. 국무원 재정부는 23일 "다음달부터 1회용 나무젓가락에 5%의 소비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환경 보호가 이유였다. 언론들은 그래서 이 세금을 '녹색 세금'이라고 명명했다. 5%의 세금은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구입하는 식당이나 개인에게 부과된다. 그러나 한 개에 1원밖에 안 하는 나무젓가락에 5%의 세금을 붙여봐야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다.

중국인들이 나무젓가락을 즐겨 쓰는 것은 음식 문화와 관련 있다고 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집기엔 쇠 젓가락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철이 귀한 반면 나무는 흔했던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쇠 젓가락이 흉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이 억제됐다는 설도 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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