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깜깜이로 끝난 김영철 방남, 정부는 비핵화 목표 집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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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2박3일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어제 낮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부위원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 참석차 방남했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간 탐색 대화도 이뤄졌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 부위원장 방남의 부담을 안고서도 정부가 북한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방남으로 우리 사회는 남·남갈등의 골이 깊이 팼다. 청와대는 물론 책임 있는 국방부까지도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식의 옹호성 발언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남북대화가 깜깜이로 진행된 건 유감이다. 문재인 대통령 등 우리 주요 인사들이 김 부위원장과 나눈 대화는 명료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언급했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은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국민은 답답한 심정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지 아니면 북한이 또 도발할지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집권 초반부터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내세워 위안부 합의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온통 파헤쳤던 정부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번 남북대화에 관한 정부의 설명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에 가깝다.

김 부위원장이 방남 내내 ‘비핵화’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은 것도 문제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실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적절한 조건(비핵화)이 돼야 북한과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정부가 이번처럼 북한과 대화하면 비핵화는 고사하고 북한의 핵 보유 시간만 벌어줄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정부는 우리 사회가 핵 있는 평화는 절대 원치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북한 비핵화 목표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