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7일 오전 경의선 육로로 귀환길에 올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북측 대표단 8명과 조찬을 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숙소인 워커힐 호텔을 떠났다. 통일부는 "남과 북은 협력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에 대해 평가했다"며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299명에 이어 고위급 대표단 8명이 이날 귀환길에 오르면서 올림픽 기간 방한했던 모든 북측 관계자들이 모두 한국을 떠났다.
남북은 올림픽을 계기로 회담과, 교류를 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3명은 지난달 25일 방한해 남측과 단일팀을 이뤄 경기에 출전했다. 또 응원단은 지난 7일부터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 머물며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27일 오전 10시부터 남북은 다음달 9일 시작하는 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을 하면서 교류협력을 이어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부터 2박 3일 동안 방한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오빠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또 김영철 역시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에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찬을 하면서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했다. 김영철 일행은 25일 공식행사가 끝나기 전에 폐회식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후 서울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지난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왔던 북한 대표단이 폐회식 직후 평양으로 돌아갔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방한길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 관계와 관련한 협의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줬다. 김영철이 연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며 북미 대화 의사를 밝혔다. 또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고 한다.
통일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북한 대표단이 참가함으로써 평창올림픽을 남북의 화해와 전 세계인의 화합을 과시하는 평화축제로 진행했다”며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는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흥행요소를 북한에 집중시키고, 단기간에 남북 교류를 진행하면서 오점도 여럿 남겼다. 당장 올림픽 마지막 날 천안함 폭침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김영철이 방한하면서 격렬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면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한이 불가피했으나 예상보다 우리측 내부의 반발이 거셌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가 반발하면서 통일대교를 막자 군이 소유한 전진교로 우회해 서울로 이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철 일행의 면담을 예고하지 않았다. 김영철은 폐막식 이후엔 모든 외부일정을 취소한 채 숙소인 워커힐 호텔 머물며 은둔의 접촉을 이어갔다.
북측 관계자에 대한 과잉 경호도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달 공연장 사전점검차 방한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정부 당국자들은 “단장님 불편해하십니다”라며 제지했다. 대북 저자세, 북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국민ㆍ언론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20ㆍ30세대의 거센 반발을 야기하기도 했다. 통일부 스스로도 “국민소통, 공감 노력에 다소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도발을 중단해 평화올림픽이 성사됐다는 평가는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한반도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낳게 했다. 익명을 원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최근 20ㆍ30세대를 중심으로 일었던 반발은 남북교류가 무조건 선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계기였다”며 “이벤트성 납북접촉은 국민을 설득시키기 어렵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정부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