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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시황제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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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경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기원전 221년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세운 진시황(秦始皇)은 스스로 시황제라 칭하고 강력한 중앙집권 정책을 폈다. 화폐와 도량형을 통일하고 만리장성과 아방궁 같은 거대한 토목 공사를 벌였다. 국론 분열을 방지하기 위해 언로를 막고 사상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분서갱유(焚書坑儒)도 그가 했다.

요즘 ‘시황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물론 스스로 칭한 건 아니고 언론이 붙인 타이틀이다. 2014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시 주석을 표지모델로 올리고 ‘시황제(習皇帝·Emperor Xi)’라는 제목을 달았다. 타임은 인민일보의 보도를 인용해 “1세대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인민을 일어나게 했고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인민을 부유하게 했다면, 시진핑은 중국 인민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썼다. 강력한 반부패 개혁정책으로 공직자 수십만 명을 낙마시키며 권력을 장악해 가는 시 주석의 행보에서 절대권력자인 황제를 떠올린 거다.

‘시황제’ 대관식이 실제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2012년 권력을 잡은 시 주석이 10년 임기를 넘어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중국 헌법에 규정된 국가주석의 10년 임기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우리의 국회 격인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 건의했으며 다음달 전인대는 이를 추인할 예정이다. 시진핑 1인 독재 시대의 개막은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후계자 격대(隔代) 지정’ 전통이 깨지면서 이미 예견됐다. 시 주석이 후계자를 명시적으로 지정하지 않음으로써 시 주석 다음에 집권할 차기는 물론 차차기 지도자도 오리무중이다. 후계자 격대 지정은 직전 지도자가 차기 지도자를, 현 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발탁함으로써 후계자 지정을 둘러싼 권력투쟁을 막고 견제와 균형으로 안정적인 권력 승계를 보장하는 효과가 있었다. 문화혁명이라는 결정적 과오를 남긴 마오쩌둥 같은 독재를 막기 위해 덩샤오핑이 1982년 도입한 집단지도 체제가 당·정·군 권력을 모두 틀어쥔 시 주석에 의해 끝나 가고 있다.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중국 공산당의 설명이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3선 개헌’의 중국판 같다. 북한의 세습 독재자 김정은, 개헌으로 임기를 늘려 2024년까지 대통령을 노리는 러시아의 ‘차르’ 푸틴에 이어 시황제까지 등극한다. 민주주의의 확대라는 세계사적 흐름에서 벗어난 스트롱맨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

서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