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새맛내기 실험|시공화랑, 개관기념 「오늘의 이미지」전|50대작품은 해학, 30∼40대는 생활 담아|빛깔 다양한 작품들 작가개성 약한 게 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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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종로구 소격동70 옛 수도육군병원 옆에 새로 문을 연 시공화랑개관기념전은 관람객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시공화랑은 미술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애호가 심의무씨가 인간문화재 김정환씨에게 특청, 우리 건축의 옛멋을 그대로 살려 지은 기와집 미술관.
「한국화 오늘의 이미지」란 주제가 붙은 이 전시회는 1부, 2부로 나누어 10명의 작가를 초대, 한작가가 4점씩 출품했다.
1부는 송영방 송수남 오태학 이규선 이종상씨를 초대해 18일까지, 2부는 서정태 오용길 이철양 이왈종 황창배씨를 초대, 19일부터 25일까지 전시한다.
초대작가 모두가 앞으로 동양화단을 떠맡고 나갈 「실세」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부 초대작가는 미술대학에서 학과장을 역임하고 현재 우리 동양화단을 주도하는 50대, 2부는 스스로 동양화의 활로를 개척해나가는 30, 40대들이다.
이들 모두 매재에 구애받지 않고 수묵과 채색을 알맞게 구사하고 있지만 1부쪽은 수묵성이 더 짙고, 2부쪽은 채색성이 강한 게 특징이다.
1부는 문기와 해학이 넘치고, 2부는 생활과 밀착된 삶의 이야기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초대작가 모두가 동양화에 대한 새로운 의식과 방법으로 우리 그림의 참맛을 살리면서 왕성한 실험의욕을 보이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초대작가들이 상대를 의식한 나머지 「자기」를 마음껏 펼쳐 보이지 못한 조심성이 무성격의 아쉬움을 남겼다.
철저한 개성은 오히려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이 전시회는 한 작가의 작품이 저마다 제 빛깔은 가지고 있지만 다양성을 너무 강조, 하나로 엮어지지 않는 약점을 보였다.
기획기간이 짧은 탓일 테지만 구작이 많고, 어느 경우 신작도 구작처럼 느껴지는 것은 늘 새롭게 태어나는「우일신」의 창작정신이 적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규일(중앙일보 호암갤러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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