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병역특례 달라" 국가대표코치협, 체육회에 혜택 건의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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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위 선양에 프로와 아마추어가 따로 있습니까. 야구나 축구보다 오히려 아마추어 종목 선수가 더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인기 종목 선수에게만 병역 특례 혜택이 돌아간다면 누가 비인기 종목에서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국가대표 사격 감독인 변경수 국가대표코치협의회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를 지도하던 그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4강 진출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것과 관련,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의 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릉선수촌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야구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선수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주기로 하자 아마추어 대표 선수들이 "형평에 어긋난다. 우리도 병역 면제를 해 달라"며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가대표코치협의회는 24일 태릉선수촌 선수회관에서 총회를 열어 48개 종목 지도자들의 의견을 모은 뒤 아마추어 선수도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건의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현역 대표 선수는 "선수들이 동요하고 있다. 가뜩이나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와 연봉 차이가 많이 나는 판에 병역특례 혜택마저 받지 못한다면 뭐하러 힘든 운동을 하느냐"고 말하는 동료가 많다고 소개했다.

변경수 회장은 무엇보다도 병역법 시행령이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데 불만을 터뜨렸다.

"WBC에 출전한 야구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아마추어 종목의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는 안 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그는 또 "세계선수권대회는 대부분 2~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데다 200개 가까운 나라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그 종목 최고 권위의 대회다. 그 가치가 야구나 축구에 못지않다. 종목 간 형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꼭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병역특례 관련 규정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4강에 진출한 축구대표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자 국가대표코치협의회는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앞둔 상황에서 대표선수들이 훈련 거부 움직임마저 보이자 아마추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에겐 병역특례 혜택 대신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 포인트를 올려주는 방법으로 사태를 무마했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에겐 45포인트를 올려줘 매달 52만5000원을, 2~3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 우승자에겐 30포인트를 더해 45만원을 주는 내용이었다.

현재 병역법 시행령 제49조는 '예술.체육 요원의 공익근무요원 추천'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올림픽에서 3위 이상 입상▶아시아경기 대회에서 1위 입상▶월드컵축구 대회에서 16위 이상 성적을 내거나▶병무청장이 인정한 국제 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에서 1위를 한 사람에게만 병역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16위 이상 입상자에 대한 면제조항(49조 6항)은 한.일 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달았던 2002년 6월 25일 신설됐다. WBC에서 4강에 입상한 선수에 대한 병역 혜택 조항은 새로 만들 예정이다. 반면 일반 종목의 세계선수권 우승자에 대한 병역 특례는 1990년 폐지됐다.

대한체육회 김재철 사무총장은 "아마추어 선수의 주장이 타당성이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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