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머르, 얀 발언과 팀 논란 사과 "팀은 함께 극복해나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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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대표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 팀 멤버(얀 블록하위센)가 한 일에 대해 사과한다"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스벤 크라머르. 여성국 기자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스벤 크라머르. 여성국 기자

일부 한국인들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조롱한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발언과 관련해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르와 네덜란드 선수단장이 사과했다.

22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 있는 휠라 글로벌라운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예룬 베일 네덜란드 선수단장은 "한국문화를 존중하고 그동안의 환대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애초 이날 간담회는 크라머르를 위한 자리였으나, 전날 발생한 불미스런 일들에 대한 사과를 위해 네덜란드 선수단장이 동행했다.

지난 21일 팀 추월에서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팀의 얀 블록하위센은 "이 나라에선 개들을 잘 대해달라"(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네덜란드 하우스에서 열린 뒤풀이 자리에서 주최 측이 준비한 상패를 던지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해 파장은 커졌다.

당사자인 얀은 올림픽 파크에서의 개인 일정을 이유로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베일 단장은 "얀과도 얘기를 나눴다. 얀은 의도를 갖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더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얀은 동물 애호가라서 그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에게 옳은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베일 단장은 선수단 차원에서 얀을 징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사회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하우스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서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고의도 아니었다"며 "선수들이 다친 관객들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뒤 이어 간담회에 나선 스벤 크라머르 또한 "뒤풀이를 진행하며 일어난 불미스런 일이다. 그 사건 이후 직접 부상자들을 만나 사과를 전했다"고 말했다.

크라머르는 한국어로 SNS에 사과문을 남기며 네덜란드 빙상팀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스벤 크라머 SNS 캡처=연합뉴스]

크라머르는 한국어로 SNS에 사과문을 남기며 네덜란드 빙상팀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스벤 크라머 SNS 캡처=연합뉴스]

팀 대표해 사과…한국 女팀웍 논란 질문에는 팀 철학 밝혀

이날 크라머르는 얀의 발언에 대해 팀을 대표해 사과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팀에 관한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얀의 발언에 관한 질문을 받은 크라머르는 "우린 과거 이런 부분에 대해 얘기나눈 적이 없다. 네덜란드와 팀을 대표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여자 팀 추월 선수들의 팀웍 논란에 대해 "다른 팀에 대해 말하는 건 조심스럽고 그 선수들을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지만, 팀은 함께 이기고 함께 지는 것이다. 팀은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 함께 하나로 움직여야 팀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팀추월에서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르(왼쪽 두번째) 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팀추월에서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르(왼쪽 두번째) 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라머르는 자신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그는 "5000m 3연패에 만족한다. 이전에 이런 성과를 낸 선수가 없다"면서도 "몇 년간 1만m 경기에서 승리를 해 금메달을 원했지만 실패했다. 부담도 컸지만 메달을 못딴 건 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오랜 기간 함께 대회에 나선 이승훈에 대해서는 "(팀 추월에서) 8바퀴 동안 선수들을 아주 잘 이끌어 은메달을 땄다"고 칭찬했다. 이승훈과의 매스스타트 대결을 앞둔 그는 "이승훈이 막판 스퍼트가 좋은데 나도 스퍼트를 더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화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크라머르는 "상화가 국내 대회이고 지난해 부상도 당해 스트레스와 압박이 심했을 거다. 그의 은메달이 얼마나 값진지 안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 이유에 대해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인기 많은 종목이고, 많은 구단들이 경쟁한다. 선수들간 올림픽을 향한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4년 뒤라 당장 선택은 어렵지만, 계약 기간이 남아있고, 해가 지나면서 더 생각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종종 SNS에 한국어로 글을 남기는 크라머르는 "솔직히 처음에는 구글 번역기를 썼다. 최근에는 한국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글을 올린다"면서 "강릉은 자주 와서 훈련하고 경기를 나섰다. 한국은 집처럼 느껴진다. 연습도 하고 자유 시간도 즐긴다. 여긴 커피도 맛있다"고 말했다.

강릉=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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