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1년…활기못찾는 장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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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증권업협회서 중개>
○…작년 4월 문을연 주식의 장외시장이 개장 1년이 넘도록 파리만 날리고있다.
장외시장이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는 않았으나 일정요건을 갖춘 주식을 증권회사창구를 통해 사고 팔수 있도록한 제도. 증권거래소처럼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살사람과 팔사람이 증권업협회와 증권사를 통해 개별 거래를 하는점이 증권시장과 다르다.
정부가 작년 4월 장외시장을 개설, 비상장주식을 거래할수 있도록 한것은 유망중소기업이나 중견수출기업, 모험기업(벤처비즈니스) 등이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규모가 작아 상장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장래성이 큰 중소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다.
장외거래를 할수있는 대상주식은 자본금2억원이상, 설립년수 2년이상인 회사의 주식으로 2개이상의 증권회사가 그 주식을 장외거래종목으로 하겠다고 증권협회에 등록한것.
현재 장외거래대상으로 등록된 주식은 벤처기업인 에어로시스템, 섬유제조업체인 한국물산, 금속가구업체인 유일등 20개업체가 있다.

<주당 자산가치도 높아>
○…이들 장외등록업체들의 특징은 기업규모가 작으면서도 부채비율·납입자본이익률·유보율·매출액 순이익률등 재무구조가 일반법인에 비해 양호하다는것.
지난해 12월말을 기준으로 보면 장외등록법인이 상장법인보다 부채비율면에서 15% 포인트정도 낮은 3백31.8%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유보율은 40%포인트 높은 1백41.5%, 매출액순이익률은 1%포인트가 높은 2.5%, 납입자본이익률은 35.3%를 각각 기록했다.
즉 장외등록법인이 평균적으로 보아 상장법인에 비해 빚도 적고 장사를 짭짤하게 하고 있으며 기업내부에 쌓아놓은 이익도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비교적 좋다보니 자연히 1주당 자산가치가 높아지며 상장시 주가도 올라가게 되는것이다.
예컨대 지난4일 상장된 대원전선의 경우만 보더라도 장외시장에 등록돼 있을 때는 8천∼1만원사이였던 주가가 상장후에는 1만4천원대를 오르내리는 강세를 보였다.
또한 벤처기업인 에어로시스템은 지난해 4월 액면가 1만원으로 등록된이후 불과1년만에 매수호가가 5만2천원으로 5배이상 껑충 뛰어오르기도 했다.
시멘트포대를 만들고 있는 남신산업의 경우에도 올해3월 무상증자 4백%를 실시하는 저력을 과시, 자본금3억원을 l5억원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발행물량 더 늘지않아>
○…그런데도 이들 장외거래주식들이 빛을 보지못하고 있어 이제도를 개설한 당국이나 창구를 열어놓은 증권회사들을 안타깝게 하고있다.
장외시장이 개설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거래량을 살펴보면 90건의 건수에 16만여주라는 미미한 실적인데다 그나마 l∼2개 종목에 평중되는 실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처럼 장외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존등록회사의 주식분산의무가 없기 때문에 창업소유자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보유주식을 유통시장에 내놓지않고 여기에 공모증자가 허용되지 않아 발행물량도 추가로 만들어지지않는다는점을 들고있다.
또 등록종목을 취급하는 곳이 2개 증권사로 한정돼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매수주문을 낼 경우 그날로 1백% 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거래조건이 까다롭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밖에 증권회사에 자기매매를 의무화하지 않고 중개업무만을 한정, 거래형성이 부진한데다 투자신탁·보험회사등 기관투자가들의 기능이 미약하며 일반투자가들에게 장외시장이 잘 인식되지 않아 가격형성이 어렵고 이에 따라 매매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외종목보유를 피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장외시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적지않지만 요즘처럼 증시가 불투명한 시점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장래성이 있는 유망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눈을 돌릴때라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권고다.
정부도 차제에 장외시장활성화에 좀더 힘을 기울여 장외시장개설의 취지를 살려봄직 하다. <이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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