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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조, 인건비 절감 거부 … GM·정부에 9개 요구안만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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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노총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인건비 절감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임한택 민주노총 한국GM지부장은 20일 국회 기자회견을 마치고 본지 기자와 만나 “2월 말이라는 시한은 GM의 일방적인 계획일 뿐”이라며 “노조는 2월 말까지 임단협을 끝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본사 측 신차 배정 조건 사실상 퇴짜 #“임단협 이달 말에 끝낼 계획 없다” #국회 방문해 GM 특별조사 등 요구 #지방선거 앞둔 정치권 압박용인 듯

정해철 한국GM지부 정책기획실장도 “금속노조가 3월 12일 입장을 정하면 3월 20일 전후 한국GM 노조 측 요구안이 완성된다. 그 이후 노사 협상을 본격 진행한다”며 “2월 말 교섭 완료는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못 박았다.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이 3월 초 신차 배정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2월 말 노사 교섭 완료’ 제안을 노조가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GM이 신차 물량을 한국에 배정하는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GM이 한국GM 구조조정의 첫 번째 요건으로 ‘비용 절감’을 강조하면서 노조 양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GM은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는 한국GM 노사가 진행 중인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2월 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한국GM 임한택 노조 위원장(가운데)과 노조원들이 20일 청와대에 전달할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 요구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노조원들은 임원 축소, 차입금 출자전환, 군산공장 폐쇄·구조조정계획 철회 등을 촉구했다. [뉴스1]

한국GM 임한택 노조 위원장(가운데)과 노조원들이 20일 청와대에 전달할 ‘한국GM 사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 요구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이날 노조원들은 임원 축소, 차입금 출자전환, 군산공장 폐쇄·구조조정계획 철회 등을 촉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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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 태스크포스(TF)와 간담회를 열고 정부와 사측에 전달하는 9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과의 면담에 이어 이틀째 국회를 찾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국GM 노조는 홍영표 민주당 한국GM 대책 TF 위원장에게 3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전달했다. ▶GM의 자본·시설 투자 확약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한국GM 특별조사 실시 ▶산업은행과 체결한 협의서 공개 등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일자리 정부라면 기존 일자리부터 지키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 요구안과 별도로 한국GM 노조는 GM 본사에 ▶군산공장 폐쇄 철회 ▶외국인 임직원·상무 이상 임원 축소 ▶차입금(3조원) 전액 자본금 출자전환 등 6가지 요구안을 내놨다.

요구안이 9개나 됐지만 노조는 이날 성과급 축소 등 인건비 절감 계획 등을 발표하지 않았다. 요구안을 GM 본사가 받아들여야 노조도 비용 절감에 동의한다는 주장이다. 임한택 지부장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으면 노조도 양보할 부분은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GM이 한국에서 미래차 생산을 약속할 경우 분기별·단위별 구체적 투자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GM 노조가 국회를 찾은 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수신인으로 한 노조 요구안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협상 카드인지 협박인지 모르겠다”며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한국이 가치 있는 투자처인지 함께 고민해보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양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GM 노조는 총파업 가능성도 거론했다. 임한택 지부장은 “간부들도 총파업 분위기는 말하고 있다”며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상정해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22일 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강기헌·문희철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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