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코앞인데…일부 학교 철거공사 후에도 석면 검출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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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환경단체들이19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겨울방학 기간 학교석면 철거현장의 전국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와 환경단체들이19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겨울방학 기간 학교석면 철거현장의 전국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학을 앞두고 석면 철거공사를 마무리한 학교에서 여전히 석면이 검출되는 등 석면 철거 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부모들이 학교 석면 철거 현장 직접 점검한 결과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은 19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학부모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석면 철거 현장에 대한 안전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학부모와 환경단체가 석면 철거공사를 마친 14개 초중고교에서 조각, 먼지 시료 등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13개교에서 석면이 발견됐다. 총 90개 시료 중 33개(37%)에서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 등이 검출됐다.

독성 강한 갈석면까지 검출 

석면철거 공사를 마친 학교 현장에서 발견된 석면 잔재물.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철거 공사를 마친 학교 현장에서 발견된 석면 잔재물.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의 A 초등학교에서는 20개 사료 중 절반인 10개에서 석면이 검출됐고, 백석면보다 훨씬 독성이 강한 갈석면까지 발견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A 초등학교 학부모인 김경순 씨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석면과 맞닿은 스티로폼을 제거하지 않은 채 석면 철거 공사를 마무리하다 보니 당연히 석면이 검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의 B 중학교에서는 석면으로 만들어진 교실 칸막이가 철거 대상에서 누락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 학교 학부모 정유진 씨는 “학교 석면 철거가 얼마나 엉터리로 진행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개학하는 전날에야 석면 철거 공사가 끝나고, 거기에 교사를 불러서 청소한다는 황당한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석면은 인체 노출시 폐암, 후두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급 발암물질로, 한국에서는 2007년부터 석면시멘트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기존에 석면이 사용된 학교 건물이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학부모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해 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2만 856개 학교 중에서 67%인 1만 3956곳이 석면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방학 기간을 활용해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진행해왔고, 올겨울에도 전국 1290개 학교에서 방학기간 동안 석면 철거 작업을 했다.

“석면 철거 학교 전수조사해야” 

석면철거 공사를 마친 학교 현장에서 발견된 석면 잔재물.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철거 공사를 마친 학교 현장에서 발견된 석면 잔재물.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학교 석면철거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환경부가 합동으로 여름방학 동안 석면철거가 이뤄진 1226개 학교를 대상으로 사후 실태를 실시한 결과 410개 학교에서 석면 잔재가 검출됐다.

하지만, 올겨울에도 또다시 석면 철거를 허술하게 진행한 사례들이 발견되면서 정부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석면 철거가 엉터리로 진행되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현장을 관리 감독하고, 학부모·환경단체와의 공동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학부모와 함께 석면이 검출된 해당 학교와 철거 업체를 형사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는 석면을 철거한 모든 학교 현장에 대해 의무적으로 잔재물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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