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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스포츠 위기…"80년후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잠길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구 온난화로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스코틀랜드 스키 업계가 50년 내 붕괴할 것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메일온라인 캡처]

지구 온난화로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스코틀랜드 스키 업계가 50년 내 붕괴할 것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메일온라인 캡처]

 2018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는 너무 추운 날씨가 걱정거리로 떠올랐지만 세계 다른 지역에선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스포츠의 운명이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창 추위 걱정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이미 스포츠에 악영향 #"기온 상승으로 눈 안 와 스코틀랜드 스키 50년내 붕괴" #해수면 상승과 잦은 폭풍으로 링크스 골프 코스 침식 #강수량 늘어 축구장, 크리켓 경기장, 페어웨이 물바다 # #

 영국의 130개 비정부기구가 모인 단체 '기후연합(The Climate Coalition)'은 스코틀랜드의 스키 산업이 50년 이내에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지역 스키 산업은 영국 경제에 매년 7억 파운드(약 1조525억원)를 기여해왔고, 일자리 2만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스코틀랜드의 주요 스키리조트 3곳은 2016~2017 시즌에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인공 눈을 만드는 데 썼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온이 2~4도 증가하면 2080년까지 스코틀랜드의 강설량이 6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알프스에서도 기온이 2~4도 오르면 해발 1500m 이하 지역의 강설량이 70~100%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5년 디오픈이 열린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코스. [BBC 캡처]

2015년 디오픈이 열린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코스. [BBC 캡처]

 기후 변화의 영향은 겨울철 스포츠에만 그치지 않는다. 골프, 크리켓, 축구도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가 많이 쏟아지면서 경기장이 흠뻑 젖거나 골프 페어웨이 상태 때문에 경기가 불가능하게 되고, 해수면 상승으로 스코틀랜드의 해안가 골프 코스의 침식이 가속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기후변화 전문가인 피에르 포스터 리즈대 교수는 영국에서 역대 기록적으로 비가 많이 온 7개 연도 중 6개가 2000년 이후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은 특히 북대서양에서 폭풍이 몰아치기 쉽다"고 말했다. 프리슬리 국제기후센터 소속 케이트샘브룩은 “기후 모델링을 실시한 결과 기후 변화가 폭풍을 59%나 더 많이 일어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BBC에 밝혔다.

 이에 따라 디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세인트 앤드루스나 로열 트룬 등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들이 이번 세기가 끝나갈 때쯤이면 수중에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그린란드에서 알프스까지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풍이 잦아진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해안가에 위치한 몬트로스 링크스.

스코틀랜드 해안가에 위치한 몬트로스 링크스.

 지난해 몬트로스 링크스는 세 번째 홀에 있던 바위를 움직여 해안가 침식으로부터 첫 홀 그린과 두 번째 홀 코스를 보강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5개 코스 중 하나인 이 골프 코스가 450년이 넘는 골프 역사 속에 위험에 처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던디대가 2016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북해는 지난 30년 동안 몬트로즈 링크스 쪽으로 70미터가량 들어왔다. 이 골프장의 크리스 커닌 이사는 해안가 침식 때문에 페어웨이와 그린을 내륙으로 옮겨야 했다며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퇴각이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종종 미래의 문제로 보이지만 이미 우리 코스를 잠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글래스고 지역 전체에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2016~2017년 골프장 이용 가능 시간이 20%가량 줄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골프운영기관 R&A의 코스 관리 책임자인 스티브 이삭은 “골프가 스키를 제외한 다른 스포츠보다 기후 변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폭우로 물에 잠긴 축구장. [AFP=연합뉴스]

폭우로 물에 잠긴 축구장. [AFP=연합뉴스]

 비가 많이 와 경기장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축구도 흔들리고 있다. 영국에선 2015년 겨울 칼라일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브런턴 파크가 폭풍 데스먼드의 영향으로 침수됐다. 기후연합 측 보고서는 강수량 증가와 기상 이변이 풀뿌리 축구의 생존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풀뿌리 구단 브롬리히스 유나이티드도 12주 동안 불안정한 구장 상태 때문에 경기할 수 없었다. 2015~16년 시즌에 25개 풋볼 리그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장기적으로 영국 축구협회는 전천후 경기장 수백개를 짓고 특수 적응 잔디 구장을 만드는데 4800만 파운드를 투입하기로 했다. 30개 도시에 새 전용시설도 이 계획에 포함됐다. 전국 200개 기존 구장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우천으로 영국 잉글랜드에서 2000년 이후 열린 크리켓 원데이인터내셔널(ODI) 경기의 27%가 단축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우천으로 영국 잉글랜드에서 2000년 이후 열린 크리켓 원데이인터내셔널(ODI) 경기의 27%가 단축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AP=연합뉴스]

 크리켓 역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체와 경기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2015~2016년 영국의 크리켓 경기는 10년 전보다 20%가량 감소했다. 크리켓 카운티 챔피언십은 이미 매 시즌 수천 번의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 극단적인 기상 조건이 스포츠팬들의 참여와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관련 단체나 클럽, 참가자들이 배기가스 등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이 같은 상황은 악화할 전망이다. 코스 거리를 늘리는 경향을 보여온 골프업계에서 거리에 제한을 두는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 변화의 주범임을 의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코틀랜드에 골프 코스를 소유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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