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의 신(神)계' 윤성빈, 2위와 '1초 이상' 차이 도전

중앙일보

입력

윤성빈이 15일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2차 주행을 위해 스타트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윤성빈이 15일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2차 주행을 위해 스타트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연이은 새 기록 또 기록. 스켈레톤의 '아이언맨'이 '황제'로 올라서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성빈(24·강원도청)은 1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2차 주행에서 합계 1분40초35를 기록해 압도적인 선두로 올라섰다. 2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니키타 트레구보프(1분41초09)에 0.74초 차 앞선 기록이었다. 윤성빈의 최대 경쟁자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는 1분41초23으로 3위를 차지했다.

윤성빈은 1,2차 주행 모두 빠른 스타트와 깔끔한 주행으로 차원이 다른 레이스를 펼쳤다. 1차 시기에서 스타트 기록을 4초62 기록한 윤성빈은 군더더기없는 주행으로 50초28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3월 두쿠르스가 8차 월드컵에서 기록했던 트랙 기록(50초64)을 0.36초나 앞당겼다. 2차 시기는 더 빨랐다. 스타트 기록부터 달랐다. 4초58을 기록해 지난해 자신이 기록했던 트랙 스타트 기록(4초61)마저 깼다. 더 빨라진 주행까지 더해 50초07로 또한번 트랙 기록을 경신했다. 윤성빈은 "딱 예상한 만큼 탔다.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15일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2차 주행을 마친 윤성빈이 레이스를 마친 뒤 힘들어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15일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2차 주행을 마친 윤성빈이 레이스를 마친 뒤 힘들어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겨울올림픽에서 편성과 폐지를 반복했던 스켈레톤이 다시 정식 종목에 오른 2002년 대회 이후 4차례 대회에서 금메달을 배출한 나라는 캐나다(2회), 미국, 러시아(이상 1회) 등 총 3개국이다. 금메달뿐 아니라 전체 메달을 통틀어서도 스켈레톤에서 메달을 딴 아시아 국가는 한 나라도 없다. 윤성빈으로선 유럽과 북미로 양분됐던 스켈레톤 역사를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만큼 의미있는 다양한 기록을 양산하는 것도 윤성빈으로선 금메달 가치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남은 3,4차 주행에서 2위 선수와 얼마만큼 차이를 더 벌릴지 관심이다. 올림픽 스켈레톤은 총 4차례 주행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2차례 주행 기록으로만 우승자를 가리는 월드컵과 다르다. 그만큼 4차례 주행 모두 고른 기록을 내는 게 중요하다. 0.01초의 차이에 선수들 간의 운명도 엇갈릴 수 있다.

그런데 윤성빈은 일찌감치 2위 트레구보프와 차이를 0.74초로 벌린 상태다. 자연스레 역대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우승자와 2위 선수의 차이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4차 주행 시스템이 도입된 2010년엔 우승자 존 몽고메리(캐나다·3분29초73)와 마르틴스 두쿠르스(3분29초80)의 차이가 0.07초에 불과했다. 반면 2014년엔 알렉산드르 트레티아코프(러시아·3분44초29)와 마르틴스 두쿠르스(3분45초10)의 차이가 0.81초로 벌어졌다.

윤성빈으로선 2014년의 기록에 도전할 만 하다. 윤성빈은 1차 시기(50초28)에 트레구보프(50초59)에 0.31초차, 2차 시기(50초07)엔 트레구보프(50초50)에 0.43초차로 차이를 벌렸다. 1,2차 시기같은 주행 능력을 펼친다면 4차례 주행 합계에서 2위 선수와 1초차 이상 벌어지는 압도적인 경기도 가능하다. "1차 주행에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할 만큼 보다 더 완벽한 레이스를 꿈꾸는 윤성빈에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결과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5일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종목에서 윤성빈이 힘찬 스타트를 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15일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종목에서 윤성빈이 힘찬 스타트를 하고 있다. 평창=오종택 기자

물론 지나친 부담은 금물이다. 강광배 한국체육대학교 교수(MBC 해설위원)는 "1,2차 주행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친 윤성빈이 겸손함을 갖고 남은 경기를 준비하면 확실하게 금메달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도 "물오를 데로 오른 상태다. 그러나 큰 실수 하나가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 더 욕심내지 말고, 지금 하는 것처럼만 하면 원했던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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