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커플 변태성욕 다룬 日문제작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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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의 개가 되고 싶어."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을 사도마조히즘(SM)으로 풀어간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의 문제작 '달빛 속삭임'이 4월 20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기쿠니 마사히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달빛 속삭임'은, 세기말을 앞둔 1999년 제작돼 그 해 일본 영화계의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각종 신인상 및 작품상을 석권했다.

또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열렬한 팬들을 양산하며 '컬트영화'로서의 대접을 받기도 했다.

보통 십대 커플의 사랑 이야기라는 설정에 일반적인 하이틴 로맨스 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달빛 속삭임'은 풋풋하게 시작된 이들의 사랑이 각자 잠재된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깨닫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격렬하고 파괴적인 관계로 흘러간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환생'의 감독으로 알려진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은, '달빛 속삭임'을 비롯하여 '해충', '카나리아' 등을 통해 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등장한 가장 흥미로운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에 대한 진심 어린 시선이 돋보이는 아키히코 감독은, 현재의 일본을 살아가는 십대들이 사회와 부딪히며 얻게 되는 고통스런 성숙의 과정에 대한 연작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달빛 속삭임' 역시 순수한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낯선 욕망으로 변해갈 때의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이 통과의례를 거쳐 얻게 되는 진정한 성장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감추고 싶은 욕망을 발견하고 고통받을 때, 영화 '달빛 속삭임'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 주는 따뜻한 속삭임으로 귓가에 맴돌 것이다.

장태용 기자 enter@gonews.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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