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세종시 주상복합에 초등생·고교생도 당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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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과열지구인 세종시에서 지난해 말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 당첨자 명단에 초등생과 고교생 등 10대 미성년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세종시 전경. [중앙포토]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세종시 전경. [중앙포토]

13일 행정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세종시 나성동에서 한화건설 등 3개 건설사 컨소시엄이 분양한 주상복합 ‘세종리더스포레’ 미계약분 당첨자에 만 11세, 17세의 미성년자가 포함됐다.

해당 단지의 1순위 청약은 평균 8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1188가구 중 미계약분 74가구가 발생했다. 여기에 4만4000명 중 60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07년생(만 11세)과 2001년생(만 17세)이 아파트를 배정받았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건 미계약분 입주자에는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세종 리더스포레 투시도. [중앙포토]

세종 리더스포레 투시도. [중앙포토]

세종시는 아파트 프리미엄이 짧은 시간에 많게는 수억 원씩 뛰면서 지난해 8·2 대책에서 서울 강남 등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청약 1순위 자격도 청약통장 가입 2년, 납입횟수 24회 이상 등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이런 청약 자격 조건 강화는 정당계약 및 예비입주자 계약까지만 적용되고, 이후 미계약분이 발생할 경우에는 자격 조건에 아무 제한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신청자들이 자녀 등의 명의를 동원하는 등 ‘꼼수’를 부려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미성년자 등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은 당첨자에 대해 자금조달계획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국세청에 증여세 탈루 여부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주택공급질서 교란 행위로 적발될 경우 공급계약을 무효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 당첨자(예비당첨자 포함)와 계약 후 미계약분이 발생해 사업 주체가 공급 방법을 임의로 정해 공급하는 경우에도 공급 대상에서 미성년자는 제외하도록 관련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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