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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샷]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젊은 날이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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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내 인생의 다섯컷(32) 박용석

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특별합니다. 신생아 100만명 시대 태어나 늘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고교 입시 때 평준화, 30살에 88올림픽, 40살에 외환위기, 50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고도성장의 단맛도 봤지만, 저성장의 함정도 헤쳐왔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인생 2막을 여는 58년 개띠. 그들의 오래된 사진첩 속 빛바랜 인생 샷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봅니다.

내 백일사진이다. 1958년이니 집에 핸드폰이나 사진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사진사를 어렵사리 집으로 모셔서 한 컷을 담았다. 내 뒤로 보이는 창호지로 만든 문에서 지나간 60여 년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그나저나 난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아마도 헝클어진 머릿결을 정돈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가 아닐는지!

1974년 중학교 졸업 사진이다. 당시에는 육성회비나 등록금이 없어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친구들도 꽤 많았다. 졸업하는 친구들은 입학할 당시에 비해 절반도 안 될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중학교 졸업도 고학력자로 인정해 주었다.

능금 과수원을 하시던 부모님 덕분인지 사과 속살같이 뽀얀 피부를 자랑한다. 피부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누가 가장 뽀얀 피부일까요? 맞춰보세요!

1977년 대학에 입학하고 첫 나들이로 친구들과 경남 울산시 방어진으로 떠났다. ‘방어가 많이 잡혀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그 변한 세월만큼이나 방어가 많이 잡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지금도 해송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유명한데, 사진 속 우리 일행을 둘러쌌던 해송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아니면 거친 바닷바람을 못 이기고 사라졌는지 몹시 궁금하다. 꼭 한 번 방문해서 저 추억이 깃든 장소를 찾아 스무 살 시절의 나를 만나보고 싶다.

패션의 완성은 청바지라고 했던가! 맨 앞에 청바지 입은 젊은 청년이 바로 나다.

내 첫 여권 사진이다. 지금은 희끗희끗해진 짧은 머리에 안경을 끼고 있지만, 사진의 나는 귀를 덮는 장발에 검디검은 머리색을 하고 있다.

지금도 나름 58년 개띠치고는 준수하게 하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진 속의 나를 보니 역시 젊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인 것 같다.

취업난과 경기침체 등으로 힘들어하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젊음은 그 자체로 값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힘내자 청년이여!

결혼하고 1988년에 용띠인 첫째 딸을 만났다. 도란도란 그렇게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던 당시, 고등학교와 대학교 친구들 부부 4쌍이 함께 모여 나들이를 떠난 사진이다.

지금이야 너무 근사하고 해상도가 뛰어난 사진들이 많지만, 당시의 사진들은 인화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비록 희미한 사진이지만, 사진 속 그때의 시간과 추억은 한층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맨 왼쪽에서 예쁜 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이 초년생 아빠인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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