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한국인 피 받았다는 게 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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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왼쪽)가 19일 WBC 한·일전이 열린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박찬호(오른쪽)와 유니폼을 바꿔 입은 뒤 김인식 감독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

"나는 한국팀의 서포터다.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

'수퍼보울의 영웅'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가 19일(한국시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결승 한.일전이 벌어진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를 찾아 한국팀을 응원했다. 'K'자가 선명한 한국 대표팀의 야구모자를 쓰고 운동장에 나타난 워드는 "박찬호와 연락해 티켓을 마련했다. 박찬호.최희섭 등 한국 선수들이 오늘도 이겨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특유의 '살인미소'를 지어보였다.

동부 애틀랜타에서 서부 샌디에이고로 날아온 워드는 "이제까지 한국팀의 경기를 TV를 통해 봤다.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어 승리를 거두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국인의 피를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이제 챔피언십(결승전)까지 한 경기만 남았다.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이 '절반의 한국인(half Korean)'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워드는 수퍼보울 챔피언이 된 뒤 지인을 통해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와 연락하며 지냈다.

워드는 이날 경기장에서 박찬호와 만나 등번호 86이 새겨진 자신의 스틸러스 유니폼과 박찬호의 등번호 61번이 선명한 야구대표팀 유니폼을 교환했다. 김인식 감독은 워드에게 야구 대표선수들의 친필 사인볼을 선물하면서 "다음 대회에선 (워드를) 대주자로 쓰겠다"며 농담을 건넨 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워드는 지난달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제40회 수퍼보울(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터치다운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뽑혀 미국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의 이혼과 가난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다른 선수의 귀감이 됐다.

워드는 특히 어머니 김영희(59)씨의 가르침에 따라 미국프로풋볼리그(NFL)에서 가장 겸손한 선수로 소문나 있다.

경기를 중계한 미국 ESPN 방송은 한국팀 모자를 쓰고 관중석에 앉아 있는 워드를 찾아 인터뷰를 했고, 그의 모습을 계속 비춰줬다. 워드는 "수퍼보울 MVP가 됐을 때 어머니와 자신 중 누가 더 기뻐했느냐"는 질문에 "아마 내가 더 기뻐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오늘 모셔오지 못했다. 어머니는 다음달 한국에 갈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대답했다.

워드는 "야구대표팀의 좋은 성적으로 한국에서도 전 국민이 열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포츠 코리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 흥분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이태일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20일자 5면 오른쪽 상단의 한국 선수 기록 그래픽에서 이승엽 선수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성적은 '20타수 8안타'가 아니라 '24타수 8안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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