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납 2000만원 '낸 사람' 없어… 이명박 시장 테니스 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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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료 누가 냈나=서울시 테니스협회 이사 등이 테니스장을 운영하는 한국체육진흥회에 지급했다는 사용료 2000만원을 누가 냈는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체육진흥회는 지난해 11월 21일 시 테니스협회에 보낸 청구서에서 830만원, 12월 9일엔 2800만원을 각각 청구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자신이 테니스를 친 시간 사용료를 계산해 지난해 말 600만원, 시 테니스협회 관계자가 2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2000만원의 출처를 놓고 관계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체육진흥회 관계자는 18일 "2000만원을 낸 사람은 따로 있는데 다른 사람이 돈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들끼리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그래서 실제로 누가 냈는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 체육회와 산하단체인 시 테니스협회는 서로 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서울시는 "시 테니스협회 이사 등이 지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2000만원은 이 시장이 주말에 독점적으로 테니스를 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주말에 최고 16시간까지 예약하다 보니 사용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요금 분쟁이 발생했고, 체육진흥회가 반발하자 시 체육회 또는 시 테니스협회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갚은 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돈을 누가 냈는지, 왜 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시 테니스협회는 주말에 16시간씩 예약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 잠원동 테니스장 편법 논란=서울시가 42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짓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 부지가 학교용지로 지정돼 있는데도 용도변경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공사를 서둘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법상 학교용지에 테니스장 등 다른 용도의 시설을 지으려면 시 교육청과 협의해야 하는데도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테니스를 통해 이 시장과 친해진 서울시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의 로비가 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잠원동 실내테니스장 건립은 테니스 동호인들이 시에 꾸준히 건의했던 사항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문제의 용지는 중학교 부지다. 중학교 용지의 용도변경은 시 교육청 산하 지역 교육청 담당이다. 용도변경 건은 서초구가 지난해 두 차례 강남교육청과 협의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시 체육회 예산 급증=서울시체육회 예산이 이 시장 취임 이후 크게 늘어난 점도 논란거리다. 시 체육회 예산은 이 시장 취임 전해인 2001년 56억원이었으나 올해 예산은 173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엘리트체육팀 관련 예산 53억원의 회계가 총무과에서 올해 체육과로 넘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18일 오후 서둘러 귀국한 이 시장은 인천공항에서 "그때그때 요금을 정산했어야 했는데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20일 오전 그동안 제기된 의문점들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신준봉.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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