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 의심 '뻥튀기 공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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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코스닥 상장사인 이화전기공업은 2월 13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1%나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17일엔 별다른 설명 없이 9억3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고 공시 내용을 뒤집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잠정과 확정의 오차치고는 너무 커서 고의성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의 '뻥튀기 공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들이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거쳐 발표한 확정 실적이 한 달여 전에 자체 공시한 잠정 실적과 큰 차이를 보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 공시 뒤 영업이익이 크게 줄거나 손실이 대폭 늘어난 것은 물론 당초 흑자로 발표했던 상장사가 적자 기업으로 뒤바뀐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증시 전문가는 "기업실적은 중요한 투자정보여서 자체 공시 뒤에도 확정 실적을 재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허위 실적 공시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뻥튀기 공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여전한 '뻥튀기 공시'=코스닥 기업인 덱트론도 지난달 8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4.81%, 당기순이익은 888.88%나 늘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외부감사 이후 6억8000만원의 영업손실과 17억5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정정했다.

이 밖에 잠정 실적 발표 때 흑자 전환으로 발표했던 데코와 솔트웍스 역시 확정공시 뒤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이익 규모를 부풀려 손익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스닥 상장사인 큐로컴은 지난달 28일 순손실 66억8000만원이 난 것으로 공시했으나 외부감사 결과 순손실 규모는 163억1900만원으로 훨씬 컸다. 인젠은 영업이익이 240% 늘어난 19억1400만원이라고 앞서 공시했다가 오히려 6.2% 줄어든 5억2700만원으로 바꿔 발표했다. 디엠티 역시 당초 공시한 당기순이익 10억6900만원이 별다른 설명 없이 5억원으로 줄었다.

◆ 투자자 주의가 최선=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결산실적 공시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난달엔 실태 점검까지 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가이드 라인에서 확정 실적과 잠정 실적 간의 차이가 있을 경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기업은 드물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적이 달라진 데 대한 납득할 이유를 대지 못하거나 정정공시를 반복하는 상장사는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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