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18 왜곡 안 돼” … ‘전두환 회고록’과 싸우는 변호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6일 국회에서 열린 5·18 관련 공청회에서 김정호 변호사(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6일 국회에서 열린 5·18 관련 공청회에서 김정호 변호사(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전두환 회고록』을 폐기해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김정호 변호사, 작년 첫 소송 주도 #출판 및 배포 금지 결정 이끌어내 #올해 2차 소송선 민변 동료들 동참 #임태호·정인기 등 법리 검토 진행

『전두환 회고록』관련 소송을 주도해온 김정호(46·연수원33기) 변호사는 6일 “5·18의 역사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첫 번째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의 법률대리를 맡아 이 책의 출판 및 배포 금지 결정을 이끌어냈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장에 취임한 그는 회고록과 관련한 두 번째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법원이 이 책에 대한 2차 ‘출판 및 배포금지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이르면 설 연휴 직후에 결정된다. 전두환(87)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된 회고록에서 5·18을 ‘광주사태’나 ‘북한군 개입에 의한 폭동’이라고 표현해 법원으로부터 출판 및 배포 금지 결정을 받았다.

왼쪽부터 강행옥 변호사, 임태호 변호사, 정인기 변호사, 홍지은 변호사.

왼쪽부터 강행옥 변호사, 임태호 변호사, 정인기 변호사, 홍지은 변호사.

이번 2차 소송에는 김 변호사 외에도 민변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임태호(50·연수원28기) 변호사를 비롯해 정인기(47·연수원39기), 홍지은(37·여·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 등이 함께 소송을 맡았다. 임 변호사 등은 “5·18에 대한 폄훼를 막아야 한다”는 5월 단체들의 취지에 공감해 지난해부터 관련 법리검토와 소명자료 수집 등을 해왔다.

아울러 지난달 31일 출범한 제10대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5·18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초대 위원장에 강행옥(57·연수원16기) 변호사를 위촉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등을 역임한 강 변호사는 『전두환 회고록』을 비롯한 5·18 관련 소송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민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임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김정희(42·연수원38기) 변호사가 맡았다.

민변과 5월 단체들은 이번 소송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암매장 부정(485페이지) ▶광주교도소에 대한 시민군 습격(518페이지) ▶무기고 탈취시간 조작(403페이지) ▶시민군의 파출소 습격 및 방화(391페이지) 등을 회고록의 출판·배포 금지 이유로 들고 있다.

앞서 1차 소송 때는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주장(535페이지 등 18곳) ▶헬기 사격은 없었다(379페이지 등 4곳) ▶비무장한 민간인에 대한 학살은 없었다(382페이지 등 3곳) 등 33가지 내용을 허위 주장으로 판단했다.

김정호 변호사는 “1차 소송 때는 민간인 학살이나 헬기 사격 등을 부정한 주요 부분에 대해서만 다뤘는데, 이번에는 5·18을 둘러싼 각종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회고록 전반에 걸쳐 분석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지법은 지난해 8월 『전두환 회고록』이 5·18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했다고 판단해 총 3권 중 1권에 대한 출판 및 배포를 금지했다. 아울러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 회고록을 출판하거나 배포할 경우 5·18 단체 등에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이에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0월 33개 부분을 검은색 잉크로 씌운 뒤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한 삭제’라는 문구만 삽입해 책을 재출간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