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방화셔터·매뉴얼이 인명피해 막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69호 02면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건물 천장에서 전기 합선으로 인해 불이 났으나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두 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고, 건물 안에 있던 8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 내 다른 병동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역시 응급실 내부 탕비실 천장의 전기 배선 문제에서 발생했다. 사상자 191명이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와 달리 세브란스 화재에선 병원 측이 신속하게 대처하고,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3층서 화재 #소방시설 제대로 작동, 신속 대응 #불 난지 1시간여 만에 초기 진화 #환자·보호자 400명 무사히 대피 #부인 입원, 현장에 있던 박지원 의원 #“병원 측서 100% 완전하게 대처”

3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서 불이 나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로비에서 화재가 진입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왼쪽사진). 화재가 진압된 뒤 소방대원이 검게 타버린 건물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화재는 소방인력 270명을 투입해 두 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신속한 대응과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한 덕에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김경빈 기자,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서 불이 나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로비에서 화재가 진입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왼쪽사진). 화재가 진압된 뒤 소방대원이 검게 타버린 건물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화재는 소방인력 270명을 투입해 두 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신속한 대응과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한 덕에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김경빈 기자, [연합뉴스]

이날 불이 오전 7시56분쯤 발생하자 소방인력은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병원 측이 신속하게 화재 신고를 한 덕분이었다. 소방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소방인력 270명을 투입했고 소방차량 80대를 동원했다. 소방 헬기까지 투입됐다. 환자 대피도 빠르게 이뤄졌다. 병원 내 지하 3층~지상 7층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 400여 명은 병원 측의 안내에 따라 옥상 등으로 이동했다. 화재가 발생한 본관 3층에는 입원실은 없지만 푸드코트 같은 편의시설이 있어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와 직원 등이 있었다. 병원은 이들을 대피시키고 안내방송을 통해 화재 발생과 진압 상황을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도 화재 진압뿐 아니라 연기 확산 여부를 살피며 환자들의 대피를 도왔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소방관과 직원 등이 업어서 피신시켰다. 날씨가 추웠던 탓에 실외로 대피한 환자들에게는 담요도 지급됐다. 당시 응급실엔 환자 31명이 있었으나 상태에 따라 퇴원 조치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인이 이 병원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간호사와 병원 직원, 출동한 소방관의 안내로 21층 옥상에 질서 있게 피신했다가 1시간10분 만에 병실로 무사 귀환했다”며 “화재가 진압됐으나 연기를 빼내는 작업 중이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등 소방관과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100% 완전하게 대처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재 발생 지점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고, 건물 내 연기 확산을 막는 구획별 방화셔터도 내려져 인명피해를 막는 데 일조했다. 밀양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재 당시 현장에서 불을 끌 만한 것은 소화기뿐이어서 화재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했다. 세종병원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은 아니어서 병원의 소방시설 설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오전 9시11분 초기 진화에 성공했고, 이어 오전 9시59분 완전 진화했다고 밝혔다. 병원과 소방당국은 불이 꺼진 뒤에도 병원 복도에 찬 매연 등을 빼며 잔불 등이 있는지 현장을 살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매년 한 번씩 소방훈련을 실시하는데 이때 숙지한 화재 대응 매뉴얼에 따라 발화 지점 쪽 병동 환자들을 신속히 반대쪽 병동으로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병원엔 지상층과 옥상으로 연결된 특별 피난 계단이 세 군데 있으며, 화재가 나자 자동으로 문이 열려 환자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