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그리워지는 서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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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31면

외국인의 눈

일본은 4월에 새 연도가 시작된다. 학교도 기업도 만개한 벚꽃과 함께 새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이 때문에 3월 말에 귀국할 특파원이 매년 몇 명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서울 특파원의 2대 이슈는 말할 것 없이 한·일 관계와 북한 문제다. 2013년 4월 부임 이후 내 바이라인으로 쓴 기사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봤다. 역시 북한에 관한 기사가 약 400개로 제일 많았다. ‘위안부’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봤더니 약 230개가 나왔다. 단순히 계산하면 4년 10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위안부 문제 기사를 썼던 셈이다.

“이젠 지쳤다.” 귀국을 앞두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특파원들이 적지 않다. 밤낮 상관없이 북한에 휘둘리는 것도 원인이긴 하지만 더 힘든 것은 해결책이 안 보이는 한·일 관계다. 약 10년간 한국 체류를 마치고 “지긋지긋하다”는 내용의 책을 쓴 기자도 있었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아무리 피곤함을 느껴도 막상 서울을 떠나 6개월 정도 지나면 그리워진다는 점이다. 최근 한 특파원 선배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두 번째 서울 부임을 곧 마칠 예정이다. “첫 번째 서울 부임 때 너무 지쳐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면서 서울을 떠났다. 그런데 도쿄에 들어가면 왠지 다시 서울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도쿄에 있는 선배 중에는 세 번째 부임을 원하는 사람도 몇 명 있다.

한국 언론의 도쿄 특파원 출신 기자들도 비슷한 경향이 있다. 특히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 불리던 2013년께 도쿄에 머물던 기자들은 연일 기사 쓰느라 체력을 많이 소모한 것 같았다. 그러나 서울에 돌아오면 한·일 관계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휴가 때마다 일본을 찾아가기도 한다. 도쿄 시절 친구와 술을 마시는 날도 많다.

비행기로 약 2시간 거리인 서울과 도쿄. 많은 차이점은 있지만 일본 사람에게도 한국 사람에게도 서로 편한 곳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나도 도쿄에 들어가면 서울을 제2의 고향처럼 그립게 느낄 것이다. 택시를 탈 때마다 “결혼했냐. 아이는 몇 명이냐”고 사생활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던 것도, 영하 17도 한파 때문에 감기에 자주 걸렸던 것도, 변화가 많은 바쁜 사회도. 모두 다 일본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것인 만큼 내 인생에 있어서 참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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