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래당·민평당 ‘쩐의 전쟁’…금배지 4개에 50억원 왔다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래당(국민의당+바른정당)과 민주평화당의 ‘쩐(錢)의 전쟁’에서 누가 최후에 웃게 될까.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발해 국민의당을 탈당하고 민평당을 만드려는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최근 사재를 털고 있다. 모든 의원들이 200만원씩 갹출한 데 이어 재선 이상은 2000만원, 초선은 1000만원씩 창당 비용을 추가로 냈다. 아직 공식 창당을 하지 못한 만큼 당장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민평당의 핵심인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7일 창당 결의 대회에서 “(미래당에 합류하는) 안철수 대표에게 절대 미련을 갖지 말자”며 “창당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리 스스로 갹출하자”고 말했다.

미래당에 합류하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에 반대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려는 박지원 의원 [중앙포토]

미래당에 합류하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에 반대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하려는 박지원 의원 [중앙포토]

이처럼 정치에서 돈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첫 정당 보조금을 14일에 지급하는데 민평당은 그 전에 보조금 지급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민평당이 창당을 서두르는 이유는 또 있다. 6·13 지방선거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고(國庫)에서 나오는 정당 보조금은 각 분기별로 1년에 네 차례 나눠서 주는데, 지방선거 전까지 1·2분기 정당 보조금이 집행된다. 또한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5월 28일에는 1년치 정당 보조금과 같은 규모의 선거 보조금도 준다. 정당 입장에선 올해 상반기에 ‘돈 잔치’가 벌어지는 셈이다.

국회에 의석이 있다고 누구나 똑같이 잔치 분위기를 누리는 건 아니다. 정치자금법의 배분 기준은 다소 복잡하다. 보조금 총액을 100%로 봤을 때 50%는 각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의 정당)에 똑같이 배분한다. 5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5%씩 지급한다. 5석 미만의 정당에는 국회의원 총선에서의 결과를 따져 기준을 충족할 경우 2%씩 지급한다. 이렇게 지급하고 남은 보조금의 절반은 지급 당시 의석수의 비율에 따라 나눠준다. 그러고도 남은 돈은 총선 득표수 비율에 따라 지급한다.

이런 복잡한 배분법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원내교섭단체 지위의 획득 여부와 ▶총선 때도 정당이 존재했는지의 여부다. 20석 이상을 넘기기만 하면 보조금의 절반을 똑같이 나눠 가질 자격이 생긴다. 또한 총선 이후 새로 만든 당은 ‘총선 득표수 비율’을 따질 때 0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신생 정당은 계산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통합추진위원회 제3차 확대회의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통합추진위원회 제3차 확대회의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평화당 의석수에 따른 보조금 배분 변화

민주평화당 의석수에 따른 보조금 배분 변화

현재 민평당이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의석수는 16석 정도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어려워 보인다. 또 민평당은 2016년 총선 때 없었기 때문에 총선에서의 득표 비율은 따질 필요가 없다. 중앙선관위의 계산에 따르면 민평당이 16석에 그치면 1분기 정당보조금 총액 106억4087만원 중에서 6억490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극적으로 20석을 채워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14억9400만원으로 뛰게 된다. 8억4500만원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방선거 전에 받게 되는 2분기 정당 보조금(5월 15일)과 선거 보조금(5월 28일)까지 고려하면 16석일 때는 38억9400만원, 20석일 때는 89억6400만원을 받게 된다. 차이가 무려 50억7000만원이나 된다.

반대로 미래당은 29석(민평당 16석)일 때 24억5700만원, 25석(민평당 20석)일 때 20억6600만원을 1분기 정당 보조금으로 각각 받게 된다. 2분기 보조금과 선거 보조금까지 다 합치면 29석때 147억4200만원, 25석때 123억9600만원으로 23억4600만원의 차이가 난다.

민평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미래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도 타격을 받는다. 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나눠 가질 정당이 민주당·한국당·미래당 등 3곳에서 4곳으로 늘기 때문에 1·2분기 정당 보조금과 선거 보조금을 합해 민주당은14억5800만원, 한국당은 14억400만원이 각각 감소한다.

정치권에선 3·4분기 정당 보조금 지급 때는 이 비율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그에 따른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진·안효성 기자 b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