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헌 의총에서 협상 여지 남긴 '개방형 당론'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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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일 권력구조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한다’고 당론을 정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한 2차 개헌 의원총회(의총)에서 4년 대통령 중임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다만, 야당과 협상을 위해 4년 중임제를 못박진 않았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대통령제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개헌시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는 것은 4년 중임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은 4년 중임제 보단 분권형 대통령제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향후 국회 논의과정이 주목된다.

정부형태, 대통령제 근간으로 분권과 협치 강화하는 방향 #'자유'삭제 발표후 번복 해프닝 놓고 야권은 강력 비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개헌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개헌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선거제도와 관련해선 ‘비례성 강화를 근간으로 협상한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다”며 "선거구제의 형태는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고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여당과 제1 야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6월 지방선거와 개헌의 동시투표를 위해 각 당이 당론을 빨리 내놓아야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1차 개헌 의총때 제윤경 원내대변인이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정정한 것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오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제 원내대변인의 개인적 실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 [연합뉴스]

강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설문조사에서 70명 이상이 '자유'의 삭제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의총 논의 초반에 더 넓은 의미를 담기 위해 '자유'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긴 했다"며 "결국 나중에 '자유'는 빼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시간을 잡기 위해 회의장 나왔을 때 '자유'를 유지하기로 의견이 모아져 그 내용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헌법에 명시하기로 발표했다가 법률로 제정하기로 정정한 것 역시 강 원내대변인은 "착오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 설문조사 결과에서 공수처를 법률로 제정하는 것에 대해선 의원 70%가 찬성했다"며 "의총에서 이에 대해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아 법률로 하는 것으로 정하고 바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와 김성태 원내대표. [중앙포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와 김성태 원내대표. [중앙포토]

 그러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브리핑 번복' 해프닝에 대해 2일 "대한민국 기본질서를 삭제하자고 해놓고 해프닝으로 마무리 하는 건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라며 "대변인 한 사람을 바보 만들면서 국민 여론을 떠 봤다면 대단히 불손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또 민주당의 개헌안 당론이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의 개헌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사회주의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이 정권의 실체를 알게 돼 앞으로 급속히 민심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동시에 개헌하자는 것은 모든 이슈를 개헌에 집중시켜 자신들의 실정을 감추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권성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만들어진 지지율 거품이 사라지기 전에 (민주당이) 지방선거 끼워팔기식 개헌을 하려는 것 같다"며 "또 실수라며 민주주의 앞에 '사회'를 넣어버릴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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