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TV 시사풍자극 『회장님 회장님 우리화장님』 자체심의과정서 가위질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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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사풍자코미디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높은 K-2TV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이 제 6공화국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방송사 자체심의과정에서 가위질 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이 언제 코미디에 등장할 것인가라는 기대가 높음에도 불구, 아직 TV코미디의 소재 폭이 넓게 열리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한 단면이다.
4월 들어 2일, 9일, 16일 3차례 방영된 『회장님…』의 방영분 중 사후심의에서 잘려나간 부분은 3군데.
지난 2일에는 새마을비리와 관련, 측근들이 권력자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풍자하면서 비룡그룹의 이사들이 각각 언제든지 입을 꿰맬 수 있도록 바늘과 실을 갖고 다니거나 빨래집게·접착제 등을 소지하는 내용이 삭제됐다.
9일의 경우는 국제상사를 풍자, 비룡그룹의 계열사사장이 회장생일에 1시간 지각하거나 그룹운동회에 기부금을 적게 냈다는 등의 내용이 빠졌으며 16일에는 부동산투기자명단발표를 풍자, 주요인물이 빠진 명단작성을 야유한 내용이 잘려나갔다.
또 3월에는 새마을운동 중앙본부가 외부로부터 기증받은 중고선을 빗대 비룡회장 동생이 그룹에 먹는 배(이)를 납품했으나 그것들이 모두 상해 전사원이 배탈이 난다는 내용과 『동생이 누굴 믿고 그러는거야』『형을 믿고 그러죠』라는 대사가 모두 빠지기도 했다.
이밖에 성고문사건이 쟁점화될 때 비룡그룹의 성씨 성을 가진 고문(성고문)이 파렴치한 짓을 하고 다닌다는 내용을 다뤘으나 이 부분 역시 녹화 후에 잘려나갔고 광주사태를 경기도광주사고라는 이름으로 빗대 당시 민화위의 진상조사를 풍자한 내용도 삭제당하고 말았다.
『회장님…』코너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거와 같이 강압적으로 삭제하지는 않지만 시사 풍자를 줄이고 단순히 웃기는 코미디를 많이 하라는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신문의 4컷짜리 만화수준조차 유지하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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