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 총리 지명 부담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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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 총리가 언제 지명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이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5.31 지방선거 전이냐, 후냐.

"솔직히 당으로선 지방선거 전에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왜 그런가.

"어떤 총리를 내세워도 야당은 총공세를 펼 것이고, (인사)청문회 정국을 만들어 지방선거를 치르려 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후보도 국회 인준과정에서 상처받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당엔 부담이다."

정 의장의 발언은 패널리스트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지만, 사전에 준비된 발언으로 보인다. 정 의장 본인이 회견 후 "토론회 발언 중 이 부분이 기삿감"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지방선거 이전에 정치인 출신이나 야당과 각을 세워 온 인물이 총리 후보로 지명될 경우 국회 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게 뻔하고, 그 와중에서 또 다른 선거쟁점이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의 고민을 어느 정도 배려할지 알 수 없다. 15일 발표된 환경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에서도 '코드 인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여당은 이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지나치다"는 데 청와대와 입장을 같이하지만, 선거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총리 지명을 선거 후로 늦춤으로써 위험 부담을 아예 없애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관심은 정 의장의 발언이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것이냐다. 청와대 측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시기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고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렇지만 5월 말까지 총리 대행체제로 가는 것은 국정 공백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장도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총리 지명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후임 총리 지명에서도 이해찬 전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국정 운영을 대통령과 총리가 나눠 맡는 '분권형 책임총리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과 확고하게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중용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당은 이런 기준이라면 누가 총리 후보가 되든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인사'는 아닐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발표할 때까지 당과 청와대의 미묘한 견해차가 예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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