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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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런 후보들은 꼭 좀 당선이 됐으면 좋겠다.
첫째는 물 불 가리지 않고 돈 많이 퍼붓는 후보. 어디에 다리를 놓고 어느 길을 포장하는 따위의 얘기는 옛날 순박한 사람들이 정치할 때나 하던 소리다. 지금은 현금박치기, 아니면 하다 못해 영양제 크림이나 양산, 시계라도 나누어주어야 한다. 이왕이면 집집마다 냉장고나 TV라도 한대씩 돌리는 후보는 없는가.
둘째는 남의 허물잡기, 욕 잘하기,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거짓말하고도 시침 잘 떼는 후보. 총 선거를 그동안 열세 번이나 거듭했어도 그런 후보가 줄기차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유 능의 징표인 모양이다.
셋째는 폭력에 능수능란 한 후보. 물론 국회의원 후보쯤 되신 젊 잖은 어르신네가 손수 주먹과 몽둥이를 휘두르고 돌팔매질을 하고, 멱살을 잡기는 좀 뭣할 것이다. 그럴수록 일당 주고 동원한 사람들을 시켜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는 선거철만 되면 굽신굽신 절 잘하는 사람. 어떤 포구에선 떠나가는 연락선을 보고도 너부죽이 엎드려 절을 하는 후보가 있었다.
또 하나 있다. 선거법 같은 것은 못난 어중이들이나 지키고 그래도 정치에 큰 뜻을 품은 사람은 법은 대범하게 무시해야한다.
자,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 나리가 되는 날이면, 우선 돈 많이 쓴 후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전을 챙기고 그 몇 갑절을 벌어 단단히 벌충하려고 할 것이다. 거짓말 잘 하는 후보는 의정단상에 서게 되면 더 큰 목소리로 더 큰 거짓말을 해야 그 면모가 유지될 것이다. 폭력에 능한 사람일수록 토론장을 뒤집어놓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탈법을 좋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법은 으례 있으나 마나 할 것이다. 굽신거리기 잘 하던 사람은 허리에 깁스를 댈 것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벌이는 정치판은 보나마나 뒤죽박죽이 되고 세상은 다시 시끌 덤벙, 어수선해질 것이다.
때 국민들은 비로소 가슴을 고 통탄을 하게 될 이다. 요즘의 선거 풍경을 보면 그런 교훈이라도 얻어야 모두가 정신을 차릴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 정치풍토가 제자리를 잡으려면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야할지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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