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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13일 사퇴 선언…중재파 합류 위한 승부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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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1일 “(중재파 의원들이) 함께 해주신다면 신당이 창당되는 2월 13일 통합을 완성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사퇴로 유승민 대표 거취도 쟁점될 듯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제 사퇴가 더욱 많은 분들이 함께하는 통합을 위한 것이라면, 저는 그 선택을 기꺼이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대표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신속한 통합 작업 후 저는 새로운 당의 성공과 새로운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가 사퇴 시점을 못 박은 이유는 중재파 의원들에 대한 마지막 설득 카드이다. 현재 국민의당 내 중재파 의원은 김동철ㆍ박주선ㆍ주승용ㆍ황주홍ㆍ이용호 의원 등이 꼽힌다. 모두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당 의원은 23명이다. 이중 통합반대파의 민주평화당(민평당)에만 14명이 합류해 있다. 통합에 찬성하는 호남 지역구 의원은 김관영ㆍ권은희ㆍ송기석 의원 등 3명 정도만 꼽힌다. 이 때문에 중재파 의원들이 통합개혁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안 대표가 통합 명분으로 내세웠던 영·호남의 화합 등의 명분이 약해진다. 중재파가 민평당에 합류할 경우 당내 원심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중재파 의원들의 설득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9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함께 중재파 의원들을 만난 것도 이런 설득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날 최고위에서도 “당이 이처럼 풍파를 겪는 상황 속에서 중심을 굳건히 지키며 중재에 애써주시는 분들께는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분들이야말로 다당제를 지켜내는 수장”이라며 “국민정치 시대를 여는 길에 함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재파 의원들이 내 건 조건이다. 중재파 의원들은 안 대표가 4일로 예정됐던 국민의당 전당대회 직후까지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안 대표가 당을 분란에 빠뜨린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안 대표가 이날 밝힌 13일 사퇴안과는 거리감이 있다. 중재파들의 안 대표의 입장 발표 후 회동을 갖고 거취를 논의했다. 박주선 부의장은 “13일 통합 전당대회 후 사퇴를 하는 건 어차피 당이 없어지는 건데 어떤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은 “안 대표 역제의에 대해서는 다들 기분 좋아하지 않다”며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논의를 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은 중재파 의원들이 13일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통합은 통합대로 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다만 이미 백의종군 뜻을 밝혀온 만큼 중재파 의원들의 합류와 무관하게 대표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안 대표는 이날 “직위와 관계없이 신당의 성공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안 대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출마와 지방선거대책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안 대표는 아직 뜻을 굳히지 않았지만 본인이 지선이나 재보궐 선거 때 플레이어(출마자)로 직접 뛰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1차 확대회의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추진위원회 1차 확대회의에 참석해 얘기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측도 고민에 빠졌다. 유 대표는 그동안 안 대표의 사퇴를 반대해왔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늘 통합개혁신당 성공을 위해서 안 대표와 제가 같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을 해왔고 그 생각에는 변함 없다”며 “오늘 안 대표 조건부 사퇴 발언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의 사퇴론 등 통합개혁신당의 지도부 구성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바른정당은 전날 오전에도 모여 안 대표의 중도 사퇴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유 대표와 국민의당 측의 다른 인사가 공동 대표를 맡는 방안과, 유 대표도 동반 사퇴를 한 후 중진급 당 대표를 세운 후 당을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사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만큼 다시 모여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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